[한마당-염성덕] 오보의 폐해
입력 2010-11-25 18:52
오보(誤報)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는 다양하다. 언론사가 해명, 정정, 취소, 사과 등을 할 만큼 틀린 보도라고 하는가 하면 과장, 왜곡, 편파, 불공정 보도까지 망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과 다른 보도라는 데에는 별로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기사의 예를 들어 보자. 무장 공비 26명이 북한 잠수함을 타고 강원도 강릉 해안으로 침투한 1996년 6월. 19명이 사살 또는 생포되고 7명이 도주했을 때 경북 봉화군 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됐다. “공비로 추정되는 1명이 죽을 얻어먹고 일행 2명이 먹을 음식물을 얻어 달아났습니다. 신고하면 죽인다고 협박했어요.” 일대에 비상이 걸리고, 언론사들은 주요 기사로 처리했다. 뒤늦게 보상금을 노린 허위신고로 밝혀져 언론사들은 결과적으로 오보를 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를 후속 보도함으로써 최소한의 면피는 할 수 있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지난 1일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의 연임 로비설의 몸통은 김윤옥 여사”라며 “로비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수표 묶음이 김 여사 등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한동안 대꾸하지 않던 김 여사는 지난 20일 “지금 같은 세상에 수표를 다발로 갖다 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북한군이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한 23일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서도 혼선이 있었다. 도발 당일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지시를 ‘확전 방지’라고 했다가 ‘와전된 발언’이라고 정정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4일 “(이 대통령은)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번복했다.
남 사장 로비 의혹이나 이 대통령의 지시에서는 두 가지 팩트가 양립할 수 없다. 한쪽이 맞으면 다른 쪽은 틀린 것이다. 양쪽 발언을 모두 보도한 언론사로서는 적어도 한 번은 오보를 한 셈이다. 이런 경우 오보 책임은 언론사보다는 기사 제공자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오보도 적잖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에서 몰수패를 당한 양수쥔 선수에 대한 대만 언론의 보도 행태. 한국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도 양수쥔의 실격 판정에 한국인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기정사실화하고 비난한 대만 언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사의 오보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는 언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주요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오보성 발언을 했다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