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질책보다 전력증강에 힘쓸 때다
입력 2010-11-25 21:55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밤 김태영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 사태 이후 5월 1일 공식 사의를 표명했었는데 이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천안함 후속 조치와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 현안 처리를 위해 사표 수리를 미뤄오다가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한 문책 경질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같은 날 오전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 진위 논란에 대해 청와대의 책임과 국방장관 문책을 요구했던 터이다. 김 장관 경질은 김 장관이 확전 자제 지시가 이 대통령 발언이 아니라는 청와대 공식 입장과 다른 발언을 국회에서 했다가 번복한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상이다. 청와대 국방비서관도 함께 경질한 정황이 이를 대변한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군의 허술한 대적(對敵) 태세는 심각한 문제다. 사기(士氣)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대응 능력의 부족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북한 해안포를 지척에 두고 있는 연평도에 K-9 자주포가 6문에 불과하고 그 중 3문이 초기 대응 때 작동되지 않았고, 대포병 레이더도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불과 8개월 전 연평도 해역에서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기습 격침되는 엄청난 사건을 겪고도 군의 경계와 작전 태세가 이 모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25일 “서해5도에 국지전과 비대칭 전력에 대비해 세계최고의 장비를 갖춰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만시지탄이나 전력증강의 필요성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이라 할 것이다.
정부와 군 대응의 잘잘못은 앞으로 철저하게 가려야 할 과제다. 그러나 패장에 대한 문책이 북한과 종북 세력의 기를 살려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제 “강경한 정책을 쓴다는 이명박 정부가 정말 강경하지 못한 조치를 취했다”고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야유했다.
군에 대한 질책보다 중요한 게 있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 책임자가 대한민국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