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성별 뛰어넘는 아이들 순수 우정
입력 2010-11-25 17:48
‘안녕, 엠마’크리스틴 레빈/찰리북
1910년대 미국 남부. 인종차별이 빈번하던 이곳에서 백인 소년과 흑인 소녀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금이야 흑인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100년 전 미국 땅에서 이는 사회적 금기를 깨는 일종의 도발행위로 간주됐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두 명의 아이들이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어른들의 편견을 깨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동화다.
이야기는 1917년 앨라배마주 마운드빌에 사는 열두 살 소년 딧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신임 우체국장이 오는 날 마을사람들은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간다. 딧 역시 자신과 친구가 될 남자아이가 올 줄 알고 신이 나 있다. 그러나 기차에서 내린 우체국장은 흑인이었고, 그의 곁에는 말라깽이 여자애 엠마만 있을 뿐이었다. 마을사람들은 흑인 우체국장의 부임에 당황한다. 딧도 엠마를 보고 재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엠마가 처음 마을에 나타났을 때, 나는 바깥채 변소에 빠졌던 일 이후로 그토록 재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엠마가 오기 전 마운드빌은 문제될 게 없었다. 여하튼 내 생각에 그랬다.”(7쪽)
밖으로 쏘다니길 좋아하는 천방지축 백인 소년 딧과 책을 끼고 사는 새침데기 흑인 소녀 엠마는 그러나 운명처럼 가까워진다. 엠마는 딧에게 야구와 수영을 배우고, 딧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엠마와 어울리면서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지 등 이전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된다. 딧과 엠마가 함께한 1년이 지날 즈음 엠마는 아버지를 따라 마을을 떠나게 된다. 엠마가 떠나는 날 딧은 엠마를 위해 흙산 꼭대기에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는데, 가슴 먹먹한 감동이 이어진다.
책은 피부색과 성별이 달라도 마음을 연다면 인생 최고의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점차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우리 사회의 아이들에게도 피부색은 특징일 뿐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여행광으로 알려진 저자가 할아버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소재로 쓴 이 작품은 올해 미국도서관협회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