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마냥 착하고 성실했던 조카였는데…" 눈물
입력 2010-11-25 01:22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 관사 신축 공사 현장에서 24일 시신으로 발견된 김치백(61) 배복철(60)씨의 유족들은 애써 사망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김씨 등은 북한군의 포격 이후 실종됐다가 이날 인천해경 특공대에 의해 발견됐으나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정확한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배씨의 매형은 “군에서 정확하게 통보받은 것이 없고 시신을 확인해 보지도 못했다”면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상황이 도저히 실감 나질 않는다”며 “죽은 사람이 내 처남만 아니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배씨의 가족들은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현재로서는 유족에게 사망자를 확인시켜 줄 수 없다는 연평면사무소 상황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정확한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반응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배씨가 생전에 부인, 2명의 딸과 함께 살았던 인천 동구의 집에는 불이 꺼져 있고 인기척도 없었다. 배씨의 이웃 주민은 “그 집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교류가 없었다”면서 “그런데 그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고 되물었다.
배씨의 이모 김정순(73)씨는 인천시청 지하 1층에 차려진 종합상황실에 찾아와 “연평도 포격 소식을 듣고 조카에게 한밤중까지 전화했지만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아 마음을 졸였는데 TV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남 덕산에서 급히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모에게 배씨는 마냥 불쌍하고 착하기만 한 조카로 기억돼 있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배씨는 배운 게 없어 막노동판을 전전했지만 항상 성실했다. 배씨는 인천 주안역 인근에 살 때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이모에게 용돈도 주는 착한 사람이었다는 것.
김씨는 “많이 못 배워 고되게 살았지만 성실성 하나는 최고였다”면서 “해병대 공사장에 가게 됐다며 좋아하던 조카가 주검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며 오열했다.
김씨가 슬픔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김씨 아들 윤종국씨는 “시신을 빨리 육지로 옮겨와 영면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배씨와 함께 숨진 김씨의 유족 역시 “상황이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