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 내성 생긴 금융시장… 수차례 ‘학습효과’ 충격 반나절만에 안정

입력 2010-11-24 21:19


“과거보다 좀 시끄러운 딸꾹질일 뿐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가한 리스크는 런던의 한 투자가가 로이터 통신에 평가한 것처럼 24일 금융시장에서 미풍에 그쳤다. 장 초반 출렁거렸던 환율과 주식시장이 오후 들어 안정을 찾았고 채권금리도 하락해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나친 내성은 더 큰 충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풍 ‘학습효과’=이날 코스피지수는 45.02포인트(2.33%) 급락한 채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낙폭을 줄이기 시작해 전날보다 2.96포인트(0.15%) 내린 1925.98에 마감했다. 4%대까지 빠졌던 코스닥지수도 1%대 낙폭에 그쳐 전날에 비해 6.26포인트 떨어진 505.32로 500선을 지켰다.

반나절 만에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은 학습효과 덕분으로 분석된다. 수차례 북한 도발을 겪으면서 내성이 쌓인 것으로 자금 이탈이 우려됐던 외국인들이 버팀목 노릇을 했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189억원어치의 주식을, 코스피 200선물 시장에서 5666계약을 각각 순매수했다. 국고채 수익률이 하루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도 외국인들이 북풍보다는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10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각각 0.05% 포인트, 0.08% 포인트 하락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북한 도발이 글로벌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어도 아시아 및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까지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원화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 외국인에게 원화표시 자산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여 달러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10원 이상 오르던 원·달러 환율도 그 폭을 줄여 4.8원 오른 1142.3원에 마감했다. 워싱턴 소재 템푸스 컨설팅의 존 도일 외환 트레이더는 다우존스 인터뷰에서 “침착한 대처가 주류를 이루면 이런 상황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것으로 여러분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한반도의 긴장은 존재했었다”며 “북한 리스크보다는 유로 지역 위험, 미국과 중국의 통화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국내 금값에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값이 치솟았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 한 돈(3.75g)의 도매가격(살 때)은 20만9000원을 기록,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 9일 기록(20만7900원)을 뛰어넘었다.

◇과거 북한 도발과 주식시장은=증시에 가장 큰 충격을 미친 사례는 2002년 12월 21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봉인을 제거한 때였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691.38로 마감해 전날보다 2.55%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다음으로 증시 하락 폭이 컸던 사례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 발표 때다. 당일 장중 3.58%까지 내렸다가 2.41%로 낙폭을 줄인 채 마감했다.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때도 코스피지수는 장중 3.90% 급락한 뒤 2.21%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2006년 이후 최근까지는 북한 리스크가 크게 두드러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

지난해 5월 25일 2차 북한 핵실험 때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6.31%까지 급락했지만 장 막판 -0.2%로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올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직후에도 코스피지수는 0.34% 내리는 데 그쳤다.

이동훈 백민정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