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北 포격前 미그기 발진·전투함 배치… “계획된 기습”
입력 2010-11-24 21:55
북한군이 23일 오후 연평도에 가한 해안포는 총 170여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0발가량은 연평도에, 나머지는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우리 군은 80발을 발사했지만 곧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또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 도발 직전 확전에 대비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인 정황도 포착됐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즉각 공동대응에 나섰고,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했다.
◇170발 대 80발=국방부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와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분석 결과 북한이 23일 연평도에 170여발의 포격을 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23일 오후 2시34분부터 46분까지 12분간 우리 측 연평부대의 포진지와 내륙, 해상에 1차로 150발을 발사했다. 북한은 우리 군이 반격을 가하자 오후 3시12분부터 17분간 2차로 연평부대 주둔지 일대에 20여발을 발사했다.
반면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80발에 그쳤다. 북한군의 1차 공격 당시 해상사격훈련을 진행 중이던 우리 군은 갑작스레 북한군의 포탄 공격을 받고 일단 진지로 대피했다. 그 뒤 북한군의 1차 공격이 끝난 직후인 오후 2시47분부터 K-9 자주포로 북한군의 무도 포진지에 대응사격 50발을 실시했다. 이후 북한의 2차 공격이 시작되자 우리 군도 북한군의 개머리 포진지에 30발의 대응사격을 했다.
우리 측 대응사격이 북한보다 적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자 국방부는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 정확한 적의 공격 수량을 계산할 수는 없다”며 “현장지휘관이 전투감각과 통찰력으로 이를 평가해서 대응수준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히 계산된 북 도발=북한군의 연평도 포사격에 앞서 북한의 해군과 공군도 긴밀하게 움직인 정황이 새롭게 드러났다. 먼저 북한군 포사격 직전인 23일 오후 평안남도 북창기지에서 이륙한 미그 23기 5대가 초계비행 후 황해남도 황주비행장으로 전개돼 대기 중이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미그 23기가 북한군 포사격 직후 서해로 출격한 남측 전투기와 마주쳤을 경우 자칫 남북 간 지상전에 이어 공중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전투기 출격과 관련, “항공기 중 6대는 공대공을 위해 있었고 2대는 공대지 장비를 달고 올라갔다”며 “바로 타격할 수 있게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 측 전투기는 북측 해안포 및 미사일기지를 타격할 준비태세를 갖췄으나 북측이 더 이상 추가도발을 하지 않아 실행하지 않았다.
북한군 4군단 해안포 및 장사정 포병들도 사격대응 태세를 계속 유지했다. 이와 함께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해군이 지대함 미사일을 전개하면서 함정을 전투배치하는 등 확전에 대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김 국방장관은 “북한의 이번 공격은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서해 5도 지역을 분쟁수역으로 만들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적 기습”이라고 밝혔다.
◇긴밀하게 움직인 한·미=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한·미는 즉시 북한 군사활동에 대한 감시 정찰을 강화하고 공동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했다. 김 국방장관은 24일 자정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전화회의를 통해 공동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국가급 정보·감시·정찰(ISR) 자산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월터 사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 태평양사에 감시자산 증가를 요청했고,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미측 상황조치 경과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군은 사후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서해 5도 지역의 전력을 증강하고 주민 대피 및 방호시설을 보강키로 했다. 해병대 1사단 1개 연대는 즉각 출동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