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욕쟁이 할머니의 '한우촌진국설렁탕'

입력 2010-11-26 17:25


군사도시답게 식당 안의 대부분은 짧은 머리의 장병들과 면회 온 가족들의 반가운 만남으로 시끌벅적하다. 그들은 따끈한 설렁탕을 먹으며 사랑을 확인했다. 동송읍 사거리에서 읍사무소 방향 50m 지점에 위치한 ‘한우촌진국설렁탕(033-455-3174)’

이곳에서 45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소뼈를 우려내온 욕쟁이 임인순(82)할머니가 새벽 5시면 어김없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손자 같은 장병들이 밥을 적게 먹거나 음식을 남기면 어김없이 ‘밥을 든든히 먹어야 나라를 지키지, 썩을 놈들아! 우리 집 음식이 맛없으면 다시는 오지 말라!’며 어김없이 사랑스런 욕설을 퍼부어 댄다. 할머니의 욕설을 반찬 삼아 이 식당 밥을 먹고 제대한 장병이 5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란다.

임할머니의 친정은 워낙 부자여서 소를 자주 잡았는데 부엌살림을 맡았던 참모 곁에서 고깃국 맛있게 끊이는 법을 익혔다.

처음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점심시간이면 식당 입구에서 큰길까지 줄을 설 정도로 맛으로 소문나 돈도 많이 벌었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많이 썼다는 임할머니. 구체적으로 도움 주는 곳을 묻자 손 사레를 치며 입을 닫는다.

임할머니의 설렁탕 맛있게 끊이는 비법은 뼈를 오랜 시간 우려내는 것은 물론 불조절과 물의 양, 그리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수삼을 넣고 사태와 양지를 넉넉히 넣어 끊이는 것이란다.

대부분 양념 및 식재료는 인근 와수리 산촌마을에서 무농약으로 농사지어 공급받고 3년간 숙성시킨 참조기 젓으로 버무려 적당히 익힌 깍두기 역시 새콤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설렁탕과 조화를 이룬다. 조미료는 버섯, 새우, 다시마 외 열 가지가 넘는 재료를 갈아서 사용해 주방 어디에도 인공조미료는 볼 수가 없다.

설렁탕(6천원)과 함께 통일촌에서 생산된 태양초 고춧가루와 집된장을 풀고 묵은 김치와 콩나물을 넣고 얼큰하게 끊여낸 뼈다귀해장국(6천원) 역시 설렁탕만큼 인기가 높다.

겨울추위가 어느 곳 보다 매서운 철원지역에서 장병들에게는 따뜻한 고향 할머니집 같은 곳, 번만큼 나누어야 직성이 풀리는 통 큰 욕쟁이할머니 식당에는 성큼 다가온 겨울을 녹이는 훈훈한 온기로 가득하다.

철원군 동송읍=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