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대피소 19곳 살펴보니… 40년된 노후시설 식수·화장실도 없어

입력 2010-11-24 22:08


연평도 주민들이 24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대피소는 어둡고 음습했다.

전기시설은 물론 온기 하나 없어 연로한 노인들에게는 잠시도 견디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천장은 크게 흔들렸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와 화약 연기가 겹쳐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

연평도 일대에는 1970년대 초 33㎡(10평)형 13곳, 66㎡(20평)형 4곳, 99㎡(30평)형 2곳 등 모두 19곳의 대피소가 설치됐으나 그동안 단 한번도 보수하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주민들과 인천 옹진군이 정부에 시설 보수를 수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피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화장실은 물론 비상식량조차 구비돼 있지 않았다. 랜턴 1개, 양초 10박스, 불판 1개, 부탄가스 4개, 모포 10장이 전부였다. 북한의 포격이 끝난 뒤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모포 260장이 추가로 비치됐으나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추위를 견디다 못한 일부 주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집에 돌아가 이불 등 침구류를 직접 가져왔다. 이날 정든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탈출한 연평도 주민 김의동(60)씨는 “대피소가 포탄 파편이나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부실해 보였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