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민가 숯덩이… 야산은 잿더미… 섬 전체가 폐허로

입력 2010-11-25 01:06

북한의 포격이 있은 다음 날인 24일 연평도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무너지거나 부서진 가옥은 수십 채에 달했고 야산은 잿더미였다. 정부와 군은 복구 인력을 보내 피폭 현장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허탈감까지 달래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처참하게 변해버린 연평도=연평도에는 전체 주민 1756명 중 대부분이 육지로 빠져나와 200여명만 남았다. 연평도에 남은 주민은 주로 노인들이다. 송중섭(44) 연평교회 목사는 “주민들이 인천으로 피신하면서 섬에는 거의 인적이 끊겼다. 전기나 통신시설을 수리하러 온 외부인들 모습이 눈에 띌 뿐”이라고 전했다.

송 목사는 전날 선착장에서 온 동네에 포탄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포격이 멎자 가족과 함께 방공호에 피신, 밤을 지새운 뒤 이날 새벽 6시쯤 거리로 나왔다. 평화롭던 마을은 쑥대밭이 돼 있었다. 송 목사는 “어제는 목이 아플 만큼 온 동네에 연기가 자욱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며 “섬도 다시 예전의 평화는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목사와 달리 섬을 떠나온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피난선’으로 이동하며 본 연평도 모습을 설명하다 고개를 떨궜다. 안애자(44·여)씨는 “주택가 골목은 유리 파편이나 부러진 나무들 때문에 사람이 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할머니들이 ‘6·25 때도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고 말할 정도니 오죽 하겠느냐”며 절망감을 표시했다.

포격은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포탄은 연평중·고 바로 뒷산에 내려 꽂혔고 학교 내 교직원 관사에도 포격 피해가 있었다. 연평중 김규진(14)군은 “쉬는 시간이 끝날 때쯤 폭탄 소리가 나서 해군 훈련인 줄 알고 창문으로 내다봤더니 산에서 불길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선생님들 지시로 대피소로 뛰어가는 중에도 뒤에서 포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포격으로 인한 피해복구 및 기반시설 재정비에 4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다. 인천시는 불에 탄 건물 22채 복구에 20억이 들어가는 등 산불로 인한 조림사업, 마을 시설 보수, 대피소 시설 정비 등에 각각 수억∼수백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복구작업에 구슬땀=아수라장으로 변한 연평도는 조금씩 수습되는 중이다. 정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인력과 장비를 실은 840t급 구호품 수송선이 오전 8시에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해 오후에 연평도에 도착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전력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인력 86명과 소방차량 21대도 새벽에 연평도에 들어섰다.

비상식량과 구호품도 속속 도착했다. 인천시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긴급 마련한 구호품 2000상자를 실은 500t급 해경 경비함정이 도착했으며, 인천적십자사가 지원한 생수 3000병과 컵라면 2000개, 구급배낭 300개, 빵 500개, 우유 2012개, 응급구호세트 3550개 등도 보급됐다. 김삼열 전국재해구호협회 과장은 “연평도에 남은 주민들이 거처할 임시 주거지를 짓고 있다”며 “건설 인력 14명이 섬에 들어왔는데 내일 추가로 6명이 더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기지국이 마비되면서 휴대전화 상당수가 불통됐던 만큼 무선통신 복구작업도 이뤄졌다.

박지훈 노석조 기자, 인천=임성수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