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정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입력 2010-11-24 18:09


시민단체, 법조인 등 각계각층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했던 진보성향 시민단체도 이례적으로 북한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생필품을 사들이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이었고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동요가 일었다.

◇진보·보수 한목소리 북한 규탄=바른사회시민회의 등 30여개 보수 시민단체는 24일 서울 무교동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무력도발”이라며 “정부가 엄격하고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북한 규탄에 동참했다. 참여연대는 “북한의 포격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북한은 공격 행위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하며 책임자에게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인들은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북한의 도발이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명백한 전쟁도발 행위라며 정부가 유엔에 제소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2년 연평도 부근에서 벌어진 ‘제2 연평해전’ 희생자 유가족 12명도 국립대전현충원 사병 2묘역에 모여 울분을 토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온 고(故)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54)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죽은 아들이 생각나 저녁도 거른 채 눈물만 흘렸다”며 “천안함 사고 때 정부에서 좀 더 강력하게 대응했더라면 북한이 또다시 이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7)씨도 “정부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천안함 사고 때와는 다르게 강력한 대응방침을 세워 달라”고 당부했다.

◇전쟁 불안감 확산=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인천 등지에서는 일부 시민이 생필품을 사들였다. GS슈퍼마켓에 따르면 23일 인천 14개 점포에서 생수, 라면, 통조림 매출이 지난주 같은 요일보다 각각 59.2%, 58.5%, 27.8% 증가했다. 대형마트의 생필품 매출도 다소 늘었다. 이마트 라면 매출은 지난주 같은 요일보다 20%, 생수와 휴대용 가스레인지는 각각 10%씩 늘었다. 홈플러스는 라면 매출이 전주 대비 10% 올랐고 롯데마트는 라면과 생수 매출이 각각 34.4%, 17.5%씩 증가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동요했다. 친구와 함께 서울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도키와 후사코(43·주부)씨는 “오늘 아침 가족들에게 ‘괜찮냐. 전쟁이 날까 걱정되니 빨리 돌아와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학원 강사인 나가오 나오키(31)씨도 “동료 교사들과 하루 종일 연평도 포격 얘기를 나눴다”며 “일본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서울 북촌게스트 하우스 고선정 사장은 “12월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중국 관광객들이 이메일로 연평도와 서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등 한국 상황을 많이 물어본다”고 전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