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中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 국제여론 악화에 ‘고심’

입력 2010-11-24 21:39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중국의 대북 압박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중국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현재까지 중국정부의 공식 입장은 23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밝힌 것이 전부다. 현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고,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련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정도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구체적 상황이 사실에 부합되는지 확인해야겠지만 각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비슷한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일부 관영 및 준(準)관영 매체들도 연평도 포격을 남북 간 교전으로 규정하면서 다소 모호하면서도 양비론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북한과 한국이 서로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의 책임은 거론하지 않은 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목이 북한의 혈맹이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에 쏠리면서 중국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중국이 사전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입수하지 못했다면서 중국이 외교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천안함 사건 때 이상으로 외교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나선 데다 미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서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오는 28일부터 강행키로 한 것도 중국엔 직접적인 압박요인이다.

따라서 중국이 지난 천안함 사건 때보다는 좀 더 북한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이나 관영매체가 그때와는 달리 미 항모가 참가하는 합동군사훈련에 즉각 반발하지 않는 것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국제사회의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