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170 대 80발…대응사격 현장지휘관 '감'에 의존해
입력 2010-11-25 01:10
우리 군의 북 도발 대응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군은 북이 도발할 때마다 몇 배의 보복을 가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이번에도 미흡한 대응을 해 ‘말로만 싸우는 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군은 교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북한군이 우리 영토에 무려 170여발의 해안포와 곡사포를 발사했음에도 군은 K-9 자주포 80여발로만 대응했다. 교전수칙은 적 도발시 적 공격력을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대응을 한다는 것이었지만 북한군이 발사한 것과 동일한 양의 포격조차 가하지 못했다.
이홍기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한의 발사원점을 찾아 발사했다.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북의 해안포 진지를 직접 타격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15분 만에 2차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합참은 “23일 당시는 정확한 발수를 계산해 대응사격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현장지휘관이 전투감각으로, 통찰력으로 이를 평가해서 대응수준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연평도 도발은 명백한 영토 유린 행위로 확전으로 비화될 개연성이 큰 사안이었다. 따라서 군은 대북방어 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을 격상시켜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지도발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만 발령한 것은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방증이라는 얘기다.
지나치게 정치권 눈치를 보는 군의 자세가 미온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예비역 육군 대장은 “현장 지휘관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상부 명령을 기다리고, 군 지휘부는 정치권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군이 소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북한의 행태를 면밀히 분석했다면 연평도 공격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1월 말 백령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훈련을 한 데 이어 8월에는 NLL 남쪽 우리 측 수역을 향해 해안포 10여발을 쐈다.
북한군 전략을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북한은 NLL 지역의 긴장 고조를 위해 점진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여 왔다”며 “군은 이 전략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치밀한 계획 하에 연이은 도발을 해 왔지만 우리 군은 일회성 사안으로 치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다음 수순을 예상치 못했고,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군이 전략적인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군이 확전을 지나치게 우려해 적극적으로 공격해야 하는 경우와 절제해야 하는 상황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평도 해안포 공격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