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책’은 내용이 없다? 편견 깬 베스트셀러들
입력 2010-11-24 17:48
책을 낸 연예인을 뜻하는 ‘엔터라이터(Entertainer+Writer)’가 늘고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어 개인적인 취미나 관심사를 책으로 펴내고 있는 것. 이들 중에는 내용이 없고 겉모양만 화려한 책들도 있지만 탄탄한 주제와 소재, 내용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들도 눈에 띈다.
교보문고가 지난 11월부터 1년간 집계된 베스트셀러 100위를 분석한 결과, 연예인 중에는 이인혜, 최강희, 배용준, 손미나, 백지연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최고 순위는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기본이다’를 펴낸 이인혜였다. 지난 5월 20일 출간된 이 책은 출간 즉시 청소년 부문 1위로 뛰어올라 두 달 만에 10만부가 팔렸고, 지금까지 모두 12만부가 나갔다. 이 책을 출간한 살림출판사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뷰티, 메이크업, 인테리어 관련 서적을 낸 반면 이인혜씨는 성실히 학창시절을 보내고 고려대에 입학한 자신의 경험이 담긴 입시 노하우를 공개해 차별화됐다”고 인기의 비결을 분석했다.
백지연이 지난 3월 발간한 ‘뜨거운 침묵’도 의사소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실용성을 내세우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통론을 다룬 수많은 실용 서적들 사이에서 6만부나 팔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북스는 “만약 저자가 전문 분야와 관계없는 인테리어나 요리에 대해 말했다면 책의 흥행은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 분야에서 최고인 저자의 경력이 있고, 책 내용도 전문적이어서 독자들의 신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저서 중 가장 흔한 형태인 ‘포토 에세이’류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드러내고, 기획을 색다르게 한 경우가 성공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4차원 배우’로 알려진 최강희가 쓴 여행기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이다. 지난해 9월 29일 출간된 이 책은 두 달도 채 안돼 8만부가 팔렸다. 여행기는 3만부가 팔리기도 힘든 출판계 상황을 감안하면 최강희의 책은 유례없는 히트인 셈이다. 여행지를 독자들에게 다소 낯선 아이슬란드를 택했고, 환경보호에 대한 저자의 뚜렷한 생각을 담아낸 것이 공감을 얻었다고 출판계는 분석한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손미나의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4만부가 넘게 팔린 이 책은 저자가 여행작가로 전업하고 간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글보다 사진 위주인 다른 책들과 달리 수려한 필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배용준이 2009년 9월 펴낸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도 국내에서 6만부가 팔렸고, 일본과 대만 중국 등지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 소재를 한국의 문화유적을 중심으로 짜면서 독자층을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으로 분명히 했다는 점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