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北은 남한이 보복 못한다 판단”
입력 2010-11-24 21:45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硏 소장 인터뷰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23일(현지시간)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연평도 해안포 사격 등 연이은 도발은 북한이 이로 인해 얻을 것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또 핵능력을 제고시킴으로써, 한국과 미국이 보복 공격(counter-response)을 쉽게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도발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선 새롭고 강력한 유엔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은 왜 6자회담 재개 논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점에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공격 등 잇단 도발을 감행하는가.
“군인과 민간인마저 사상케 한 북한의 공격과 남한의 대응은 한반도 긴장을 극대화시켰다. 북한은 암울한 미래로 저물어가는 상황이다. 자신들의 도발이 (암울한 미래보다는) 좋은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남한이 얼마만큼 확고한 대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했을 것이다. 남한이 감내할 수 있는 이상의 더 많은 희생을 가져올 수 있는 보복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연평도 도발 이후 상황을 전망한다면.
“북한도 남한도 전면전으로 확전시킬 수는 없다. 북한이 기꺼이 (확전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를 고조시키는 건 이 같은 위험들을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선제공격 이후 남한의 보복 응징에 대해 북한은 상당히 취약하다. 그럼에도 그동안(천안함 등) 도발의 범위를 확대시켜 나간 것은 북한의 공격성을 억제하려는 한·미의 노력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그런 도발로 인해 얻는 게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잇단 도발에 한·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 번 더 유엔의 새로운 제재 결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북한 문제나 특히 중국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중국의 협조가 없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에 대처하는 데 있어 아주 다른 선택의 조합들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대응 방안들을 분명히 하는 건 빠를수록 좋다.”
-기존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도 있는데.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2009년 6월)를 중심으로 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걸 보여준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핵프로그램에 필요한 재료들을 확보했다. 제재가 비효율적이었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것인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시험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능력을 계속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여러 면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