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환상의 청소년 커플 인내의 금메달을 걸다

입력 2010-11-24 17:25


너무 기쁠 때에는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난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항상 눈물이 존재한다. 승자와 패자의 엇갈리는 희비 속에서 모두 눈물을 흘린다. 11월 20일. 한국 바둑은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에 도전했다. 혼성페어로 한국은 최철한-김윤영, 박정환-이슬아 두 팀이 출전했다. 남자단체전, 여자단체전과 함께 세 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개인적인 실력으로는 한국이 앞설 수 있지만, 예전부터 많은 연습을 해온 중국과 일본은 물론 새롭게 떠오른 대만까지 어느 한 팀도 쉬운 상대가 없었다. 시합은 예상대로 순탄하지 않았다. 첫날 2라운드에서는 중국심판의 개입으로 박정환-이슬아 조가 판정패를 당해 2승1패가 되었다. 하지만 결국 실력이 말을 한다. 한국의 두 팀은 5승1패의 성적으로 6라운드를 마치고 4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형제대결로 이어지며 결국 박정환-이슬아 조가 결승에 진출했다.

시합을 준비할 때에는 최철한-김윤영 조가 승률이 좋았지만, 막상 본 게임에서는 끈끈하게 호흡을 잘 맞춰왔던 후배기사들의 승리였다. 드디어 마지막 금메달을 두고 한중의 대결이 시작됐다. 최근 중국바둑의 강세에 ‘한국이 밀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홈그라운드로 때에 따라 불리한 판정도 감수해야 했다.

여섯 살에 바둑을 시작해 만14세(2006년)의 나이로 프로가 된 박정환 8단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천재기사이다. 2008년 마스터스챔피언십 우승, 2009년 십단전 및 천원전 우승, 그리고 2010년 이창호 9단을 꺾고 다시 십단전 우승을 차지하며 그는 정상급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옥의 레이스였던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선배기사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부심과 병역면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이다. 열 살 때 바둑을 시작해 6년 만에 프로(2007년)가 된 이슬아 초단은 2008년 정관장배에서 활약을 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후 몇 년간 그녀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깜짝 등장했다. 예쁘장한 외모로 아시안게임 전부터 ‘얼짱 기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슬아 초단은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11월 22일 두 기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찔한 승부였다. 내용은 반집 불리한 바둑. 하지만 중국선수가 순번을 어겨 벌점 2점을 얻게 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첫 금메달. 가슴 속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나왔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