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도발] “고막찢는 소리 나더니 파편이 온몸으로…”

입력 2010-11-24 21:49

“꽝 하고 귀청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목에서 피가 솟구쳤어요. 그리고 정신을 잃었어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중상을 입고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김지용(21) 상병은 사고 당시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김 상병은 24일 어머니 문정자(47)씨와 작은아버지 김영길(37)씨 등 가족에게 포격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상병은 23일 오후 3시30분쯤 전사한 서정우(22) 하사 등 휴가자들을 선착장으로 배웅한 뒤 차량을 타고 귀대하던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고막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들렸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주변에서 우왕좌왕하던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곧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도 비상이었다. 상급부대로 사고 상황을 보고하느라 부대 간부는 물론 대원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다. 이후 북한의 2차 포격이 가해졌고 갑자기 ‘꽝’하는 폭발음이 들리며 부대 안에 포탄이 떨어졌다. 순간 온몸이 저리며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더니 시야가 흐려졌다. 목에선 피가 솟구쳤고 입에서도 피가 흘렀다.

옆에 있던 간부 한 명이 우선 파편상을 입은 목 부위를 누르며 지혈을 했다. 목뿐 아니라 손과 발 등 거의 온몸에 많은 파편이 박혔다. 손가락은 부러졌고 목 부위는 기도가 연결되는 부위까지 찢어졌는지 피가 계속 솟구쳤다.

북한의 포 사격이 멈추자 다른 장병들이 부상한 김 상병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김 상병은 군 함정을 이용, 다른 부상 장병들과 함께 평택 2함대까지 후송됐다. 다시 밤늦게 헬기편으로 국군수도병원에 옮겨졌다.

의료진은 후송된 김 상병의 상태를 보고 곧바로 파편 제거 등을 위한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다음날인 24일 오전 4시30분까지 이어질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수술 후 상태가 호전된 김 상병은 오후 3시쯤 돼서야 국군수도병원 4층 병동에 있는 5인실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이 병동에서는 부상한 다른 연평부대원들도 함께 치료받고 있다. 김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시간이 오후 3∼4시인데 오후 8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배편으로 옮기느라 응급조치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작전 상황이라 헬기를 띄울 수 없었다는데 생사의 기로에 선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데 헬기를 이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