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사회복지상 서울시정신보건센터 김지은씨, “온라인 자살예방 프로그램 만들어요”

입력 2010-11-24 21:30


2006년 여름 새벽 4시쯤 서울시정신보건센터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1577-0199)로 20대 남성 A씨가 전화를 걸어 왔다. A씨는 당직 근무 중인 정신보건사회복지사 김지은(27·여·사진)씨에게 “어렸을 적 부모의 이혼으로 오랜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0분이 넘도록 설득했지만 A씨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씨는 경찰에 연락했고 A씨는 숙소에서 응급실로 이송했다.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로 진단받은 A씨는 현재 자살예방 입소시설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김씨는 “상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마다 ‘내가 더 잘했으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자신을 탓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26일 국민일보와 삼성전자,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는 제83회 새내기사회복지상을 수상한다. 그가 근무하는 서울시정신보건센터에는 하루 40∼50건에 연간 1만5000여건의 자살 관련 상담이 접수된다. 대부분 상담가의 설득에 응하지만 A씨처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씨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두 명이 자살을 선택해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 인구는 1만5413명으로 하루 평균 42.2명, 34분에 한 명씩이다. 자살인구는 지난 3년 새 급격히 늘어 지난해에는 2006년(1만653명)에 비해 14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10대의 자살이 크게 늘고 있다.

김씨는 “자살의 심각성에 비해 관리와 예방은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국에 2200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이 활동하고 있고 지역마다 관련기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담이 주 업무다. 김씨는 “자살도 일종의 정신병리적 증상이라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지만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자살충동을 외부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아 치료를 선택하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김씨는 서울시정신보건센터 직원들과 함께 아시아 최초의 ‘온라인 자살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가칭)을 제작 중이다. 김씨는 “자살을 줄일 수 있는 이론과 치료법이 많아도 병원이나 심리상담소에서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료 이론들을 인터넷을 통해 개인에게 직접 제공해 근본적 치료를 시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최승욱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