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성훈] 우라늄 농축 공개와 연평도 포격

입력 2010-11-24 18:21


북한이 미국의 헤커 박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에 고농축우라늄(HEU) 기술을 처음 제공한 국가는 파키스탄이다. 1993년 12월 당시 베네지아 부토 총리가 평양을 방문, 김일성과 회담하면서부터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의 긴밀한 비밀 군사협력이 가속화됐다. 두 나라의 거래는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제공하고 파키스탄은 HEU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9·11테러의 여파로 파키스탄이 떨어져나가자 북한이 개척한 새로운 활로가 바로 시리아와 이란이다. 특히 이란과의 협력에 주목해야 한다. 두 나라 간 긴밀한 군사 협력과 핵 협력에 관련된 많은 의혹을 고려할 때 플루토늄 핵 개발에 성공한 북한과 대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이란이 공조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존재를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시설과 장비, 인력도 없다는 것이 6자회담에서 북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2009년 4월 유엔 안보리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이를 구실로 치고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슬그머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했다.

우라늄탄 ‘김정은 업적’ 선전

‘핵무기를 만들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김일성의 유훈을 내세우며 원자력은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겠다던 입장이 2005년 2월 10일의 ‘핵 보유 선언’으로 바뀐 뒤 미국의 핵 위협과 적대정책 때문에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합리화했던 것과 같은 대응방식이다. 핵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부인하다 핵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외부 위협을 핑계로 핵 기술의 존재를 공개하고 기정사실화하는 이중전략, 두 얼굴의 극치인 셈이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면서 후계구도 정착에 활용하려 할 것이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유산으로 물려주었듯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란 선물을 안겨주었다. 플루토늄탄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핵무기였다면 우라늄탄은 김정은 시대의 핵무기가 될 것이다.

연평도 포격은 휴전 이후 북한의 정규군이 공개적으로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 우리 국민에 대한 무차별 살상을 감행한 최초의 군사 도발이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 국력이 우세했던 60, 70년대에도 감히 못했던 공격을 자행한 것은 뒤에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자신들이 개발한 핵무기의 위력이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을 부추긴 중요한 원인이다. 친북좌파들은 부시 행정부의 문제제기가 터무니없는 것이고 네오콘의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HEU 프로그램에 관련된 정황증거가 드러나자 이들은 평화적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북한 정권을 옹호했다.

공격 배경엔 핵과 南 좌파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 설비는 규모나 현대화 면에서 놀랄 만한 것이 아니다. 열악한 경제난에 비춰볼 때 의외일 수는 있겠지만 북한 정권이 지난 수십년간 집요하게 쏟아부은 정열을 생각한다면 결코 놀랍지 않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북한 정권의 핵 위협과 집요한 핵 전략, 대남 전술의 실체를 간과한 채 너무 안이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 진정 놀라운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북한 문제로 국력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남남갈등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HEU 프로그램과 천암함 침몰을 둘러싸고 벌어진 우리 내부의 논쟁이 북한 정권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연평도를 공격한 것이 북한군이 맞는지,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이 진짜 북한제인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야만 하는가? 국민 모두가 북한 정권의 실체와 대남 전략에 대해 국론을 모으고 일치단결해야 할 시점이다.



전성훈(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