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까지 공격한 북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입력 2010-11-24 21:28

북한 도발과 공격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오늘날, 우리 군과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는 아예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공격을 서슴지 않는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이고 우리는 북한과의 미래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아직도 북한의 무력 도발 실상을 외면하고 허튼 소리를 하고 있는 친북세력들의 국기 문란행위는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북한군이 23일 연평도 직접 공격을 감행한 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질문 앞에서 심한 허기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군의 사전준비 능력과 대응 태세를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한 국가의 군대에 의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살상(殺傷)에 굶주린 테러집단의 만행에 지나지 않을 이 섬뜩한 공격은 ‘민족끼리’를 외쳐온 저들의 주장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허구인지를 웅변한 것이다. 지구촌이 모두 경악하고 있는 이 사태를 연평도나 서해 5도만의 피해라고 할 수 없다. 연평도라는 섬 전체가 몇 시간 동안 적의 포탄공격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전 국토가 유린당한 것이며, 공격받은 직후 지금까지 현지의 안전이 확보되지도 않고 일상적 삶이 보장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전 국민의 발이 묶인 것이라 하면 될 것이다.

정부 믿는 성숙한 시민의식 키울때

우리 군과 정부의 대응능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우선 군의 방어력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북한은 23일 오전 전통문을 통해 우리 군의 사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럼에도 군은 포격훈련을 하면서 이에 대비한 흔적이 없다. 북의 공격을 받은 후 13분이 지나서야 대응사격을 했다는 것이 그 예증이다. 군은 그동안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한 차례의 대청해전, 그리고 올해 3월 천안함 폭침 등 직접적인 북한의 도발을 주기적으로 경험했다. 저들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한 것은 1994년이다. 이런 많은 경험과 당일의 긴장 속에서도 대비책 없이 포격 훈련을 한 것은 한심하다.

겨우 K-9 자주포 80여발로 대응한 것은 우리 군이 계속적으로 당하면서도 얼마나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군의 교전수칙에는 ‘적이 무력으로 우리 영토를 침범할 경우 즉각 이에 상응하는 공격을 한다’고 명시돼 있고, 김태영 국방장관도 “북한이 우리 영토에 공격을 가할 경우 2∼3배 정도의 화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지만 실천력이 없는 허언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전략전술이 세밀하고 의지가 분명했다면 북한군의 최초 발사 이후 대응하는 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응징하지 못하는 경우가 되풀이되면 자주국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민간인 거주지역에 수십 발의 폭탄이 날아온다면 당장 상대의 포 진지를 초토화시키는 정도의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억지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1년에 한두 차례씩 주기적으로 당하는 도리밖에 없다.

청와대의 대응도 이해하기 곤란하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은 더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다. 예기치 못한 사태의 와중에서 안정을 강조하고자 한 참모진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런 발언이 ‘있었다’ ‘없었다’의 설왕설래로 이어지면서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정부 들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참모진의 설명이 석연치 못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참모진이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발언을 첨삭하고 있다면 매우 심중한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북한의 태도를 감싸거나 정부의 발표를 비웃는 일부 세력들의 무책임한 언설이다. 46명의 군인이 희생되고 1200t급 초계함이 두 동강난 천안함 사태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망각해서는 안 되는 살 떨리는 폭침이다. 사태 발생 직후 정부는 외국 조사관까지 포함한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몇 개월에 걸친 조사를 실시했고, 북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소행임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해괴한 여론조작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울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따위의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이런 한심한 사람들의 잠꼬대 같은 헛소리가 결국은 가증스런 결과를 가져오는데 한몫을 한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부 발표를 믿고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또 하나 우려해야 할 것은 금융시장을 비롯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어제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45.02포인트(2.33%) 급락하며 출발했으나 낙폭을 대부분 회복해 2.96포인트(0.15%) 내린 1925.98에 마감했다. 환율도 4.8원 오른 1142.3원에 장을 마쳤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한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내성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직은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관계당국은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심리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시장의 불안은 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저해하고 자금조달 코스트를 높여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정부도 어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에서 이상기류가 나타나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럴 때면 준동하는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력한 시장안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시장의 지나친 불안심리 경계해야

한반도 전체가 전쟁에 휩싸이는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 경제는 이미 웬만한 국지전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건실하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에 육박해 과다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이번 북한 공격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도와 가까운 인천과 파주, 포천 등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놀란 가슴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제 시스템은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국민이 담대해야 그 시스템이 더욱 공고해진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오늘의 남북문제를 지구촌 인류공영의 틀 위에서 다뤄줄 것을 기대한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표명을 유보하면서 북한을 편드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시비를 분명히 가렸다면, 그래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안건으로 회부됐더라면 북한이 쉽게 도발할 수 있었겠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구촌에서 확보하고 있는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감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숨진 민간인들의 사망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유족들이 한 점 의혹을 갖지 않도록 성실하게 설명할 것을 주문한다. 유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