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기의 溫 시네마] 전세계 5억명 인맥… 그리고 역설적 인간관계
입력 2010-11-24 17:52
소셜 네트워크
얼마 전 우리나라 굴지의 유통업계 최고경영자와 한 중소기업 대표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트위터’를 통해 대기업의 피자사업 진출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이 화제가 됐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로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고 후에도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온라인, 보이지 않아 평등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벌써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90년대 초 시작된 컴퓨터 통신은 ‘천리안’을 거쳐 ‘싸이월드’ ‘페이스북’을 지나 지금은 ‘트위터’로 스마트폰 등의 새로운 통신 미디어와 함께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는 주로 개인적인 관계에 그 기반을 두고 점차적으로 사회적인 인맥이나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전 세계 5억명의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은 19세의 마크가 자신을 차버린 여자 친구에게 화가 나 즉흥적으로 만든 하버드 내 여학생 인기 순위매기기 프로그램인 ‘페이스매치’ 사이트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으로 학내 서버가 다운돼 버리는 바람에 유명세를 치르게 된 마크는 2003년 가을 하버드 내 비밀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에게 학내 선남선녀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의뢰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마크는 인맥교류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개발하고 유일한 친구인 왈도의 돈으로 사이트를 오픈한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유명한 냅스터의 창시자 숀의 참여로 전 세계로 번지면서 마크는 기업가치 58조원의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다.
‘세븐’ ‘파이트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페이스북’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소셜 네크워크’를 가지고 돌아왔다.
클래식하고 세련된 컬러의 영상과 등장인물의 페이소스를 녹여낸 음악은 관객이 영화에 쉽게 몰입하도록 한다. 어려운 컴퓨터 이야기와 그로 인한 법적소송을 빠르고 쉽게 그려내고 있다. 윈클보스 형제는 마크가 자기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마크의 ‘절친’이자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인 왈도는 페이스북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마크가 자기를 배신하고 모든 것을 가로챘다고 말한다. 마치 오쇼 야스지로의 ‘라쇼몽’처럼 각각 캐릭터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감독은 하버드 천재들이 아이디어 소유권을 놓고 서로 대립하며 소송을 펼치는 과정에서 관객 스스로가 상대적 진실 속에서 주관된 가치를 찾아내도록 인도하고 있다. 청춘들의 성공을 향한 열망, 우정, 배신이 거대하게 커져버린 자본 속에서 유기적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담고 있다.
마크는 5억명의 사람과 인맥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하나뿐인 친구를 잃어버리고, 이성 간의 만남은 쉬워졌지만 그가 그리워하는 옛 여자친구에겐 또 거절당할까 두렵다.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 이상, 그 이하로 착각한다면 그로 인한 외로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는 온라인상이 아닌 현실의 삶에서 단 한번의 ‘접속’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점차적으로 관계를 지속하면서 즐겁기도 때로는 싸우기도 하는 과정을 죽을 때까지 유기적으로 완성해야 하는 그런 관계이다. 마치 그분과의 관계처럼 말이다.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