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청년부’로 주목받는 이상갑 무학교회 청년부담당 목사
입력 2010-11-24 18:00
서울 행당동 무학교회(김창근 목사)의 주일 풍경은 특별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식당 설거지를 청년들이 담당한다. 5부 예배 주차안내를 맡은 이들도 청년들이다. 무학교회는 주일 예배 전체 출석자의 25%인 1200여명이 청년이다. 63년이라는 교회 역사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교회인 셈이다. 무학교회에서는 무슨일이 있는 걸까.
“교회 청년 대부분은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봉사를 안 하거나 너무 봉사를 하다가 지쳐서 교회를 떠나거나. 봉사는 건강한 크리스천에겐 자연스런 모습인데, 억지로 하다 보니까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죠.”
무학교회 청년부담당 이상갑(41) 목사의 말이다. 무학교회 청년부예배엔 700여명이 참석한다. 그중 490명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주일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의 70%가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자도 지난해 350명에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봉사 내용도 다양하다. 교사, 안내, 주보 접기 등 교회 내 봉사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 고아원, 양로원 등 교회 밖에서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몽골,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선교와 경남 산청, 경기도 양평 등지의 미자립교회 돕기도 청년들 담당이다.
하지만 이 목사는 청년들의 봉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더 큰 뭔가가 무학교회 청년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바로 소그룹이다. 소그룹은 주일 오후 2시30분에 시작해 오후 7시가 넘어야 끝난다. 이 시간엔 전체 예배와 8개 공동체별 교제, 그리고 소그룹별 성경공부와 식사로 이어진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청년들의 90%가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목사는 “1주일에 한번 드리는 주일예배만으로는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소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학교회가 ‘도시 속 시골교회’라고 불릴 정도로 정감 넘치고, 봉사와 헌신이 꼬리를 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 역시 요즘 한국 교회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매주 청년들과 교회 근처 한양대로 전도를 나가지만 거의 외면당하고 있다. 무학교회 청년부를 맡은 지 6년이 됐지만 해가 더할수록 대학생들은 전도에 대해 더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매년 두 차례 관계전도 행사 외에 이 목사는 올 초부터 ‘큐탐’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큐탐은 한양대 앞 탐앤탐스 커피숍에서 갖는 청년들과의 큐티 모임이다. 교회 건물에 얽매이지 않고 캠퍼스 현장에서 대학생들을 더 품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매일 새벽 6시 반에 시작되는 큐탐은 처음엔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0명이 모이고 있다. 빵과 커피를 겸한 큐티 후엔 각자 캠퍼스와 직장으로 흩어진다. 내년엔 교회가 아닌 캠퍼스에서 찾아가는 워십 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거침없어 보이는 이 목사의 청년사역은 철저히 절차를 밟아서 진행된다. 봉사를 확대하고 큐탐을 실시하는 것은 모두 당회의 결의를 거쳤다. 당회에서는 놀랍게도 반대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사역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드리면 당회원들도 수긍하고 지원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시간이 걸린 적은 있지만 구상했던 사역을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청년사역의 실패 이유가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보다는 청년부 담당자의 독불장군식 스타일 때문이라는 그의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죽음과 은퇴, 도덕성 시비로 최근 스타 목회자들이 잇따라 퇴장하고 있다. 이 목사는 “요즘 청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교회에 대해 깊은 절망감에 빠진 경우가 많다”며 청년들이 바라는 목회자상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들이 바라는 목회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더 이상 좌중을 휘어잡는 목회자가 아니라 ‘예수를 닮아가는 목회자’입니다. 위트 넘치는 설교도 필요하지만 설교자의 자기성찰이 들어간 설교를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먼저 말씀 위에 바로 서고, 안과 겉이 같은 목회자, 자기성찰의 기도와 삶을 사는 목회자가 바로 청년들이 바라는 목회자상입니다. 한국 교회의 갱신, 개혁은 바로 거기서 일어나고, 그럴 때 희망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