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교회 청년부담당 이상갑 목사가 말하는 '요즘 청년목회'

입력 2010-11-24 13:15


[미션라이프] 서울 행당동 무학교회(김창근 목사)의 주일 풍경은 특별하다. 5부 예배 주차안내를 맡은 이들이 모두 청년들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식당 설거지도 청년들이 감당한다. 무학교회는 주일 예배 전체 출석자의 25%인 1200여명이 청년이다. 63년이라는 교회 역사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교회인 셈이다. 무학교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대부분 교회 청년들은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봉사를 안하거나 너무 봉사를 하다가 지쳐서 교회를 떠나거나. 봉사는 건강한 크리스천에겐 자연스런 모습인데, 억지로 하다 보니까 부작용이 나타나는거죠.”

무학교회 청년부담당 이상갑(41) 목사의 말이다. 무학교회 청년부예배엔 700여명이 참석한다. 그 중 490명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주일 교회에 나오는 청년들의 70%가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자도 지난해 350명에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봉사 내용도 다양하다. 교사, 안내, 주보 접기 등 교회 내 봉사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 고아원, 양로원 등 교회 밖에서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몽골,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선교와 경남 산청, 경기도 양평 등지의 미자립교회 돕기도 청년들 담당이다. 수년 전 한 곳에서 시작한 봉사가 청년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이어지면서 확대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는 청년들의 봉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더 큰 뭔가가 무학교회 청년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바로 소그룹이다. 이 목사는 “1주일에 한번 드리는 주일예배만으로는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반드시 소그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학교회의 경우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청년들의 90%가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소그룹은 주일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7시가 넘어야 끝난다. 이 시간엔 전체 예배와 소그룹을 묶은 8개 공동체별 교제, 그리고 소그룹별 성경공부와 식사로 이어진다. 한 공동체당 한 명씩, 모두 8명의 전담사역자를 배치한 것도 무학교회만의 특징이다. 공동체에서는 친교가, 소그룹에서는 양육훈련이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청년부의 분위기는 정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이 목사가 무학교회를 ‘도시 속 시골교회’라고 부르는 이유다.

청년들의 헌신과 봉사는 몸과 마음으로만 아니라 돈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 청년은 첫월급 봉투를 이 목사에게 건네면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내복을 사서 전달해달라”고 했고, 또 다른 청년은 지방으로 발령받아 내려가면서 1년간 모은 돈 13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고아원에 써달라며 100만원을 내밀기도 하고, 최근에 병원에 입원한 탈북 청년을 위해 모았다며 50만원을 이 목사에게 내놓기도 했다. 이 목사는 “곧 당사자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양복 주머니에 있던 여러 개의 봉투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무학교회 청년들의 헌신과 봉사를 이끌어내는 힘은 끈끈한 가족애와 함께 소그룹을 통한 강력한 양육훈련인 셈이다.

이 목사는 요즘 한국 교회의 위기를 현장에서 느낀다고 했다. 매주 청년들과 교회 근처 한양대로 전도를 나가지만 거의 외면당한다는 것. 무학교회 청년부를 맡은 지 6년이 됐지만 해가 더할수록 대학생들은 전도에 대해 더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 관계전도 행사 ‘러빙 유’를 갖는 것도 그런 돌파구의 일환이다. 올초부터는 ‘큐탐’을 새로 시작했다. 한양대 앞 탐앤탐스 커피숍에서 갖는 청년들과의 큐티 모임이다. 교회 건물에 얽매이지 않고 캠퍼스 현장에서 대학생들을 더 품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매일 새벽 6시 반에 시작되는 큐탐은 처음엔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0명이 모이고 있다. 빵과 커피를 겸한 큐티 후엔 각자 캠퍼스와 직장으로 흩어진다. 내년엔 교회가 아닌 캠퍼스에서 찾아가는 워십 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거침없어 보이는 이 목사의 청년사역은 하지만 철저히 절차를 밟아서 진행된다. 봉사를 확대하고 큐탐을 실시하는 것은 모두 당회의 결의를 거쳤다. 당회에서는 놀랍게도 반대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사역에 대해 충분히 설명드리면 당회원들도 수긍하고 지원하게 된다”며 “지금까지 시간이 걸린 적은 있지만 구상했던 사역을 못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청년사역의 실패 이유가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보다는 청년부 담당자의 독불장군식 스타일 때문이라는 그의 지적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아울러 이 목사는 “철저히 담당자에게 위임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결국 청년사역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죽음과 은퇴, 도덕성 시비로 최근 스타 목회자들이 잇따라 퇴장하려 하고 있는 지금, 이 목사는 “앞으로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소수의 스타 목사가 아니라 영성과 도덕성, 건강한 관계성을 가진 다수의 목회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청년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교회에 대해 깊은 절망감에 빠진 경우가 많다”며 청년들이 바라는 목회자상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들이 바라는 목회자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더 이상 좌중을 휘어잡는 목회자가 아니라 ‘예수를 닮아가는 목회자’입니다. 위트 넘치는 설교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설교자의 자기성찰이 들어간 설교를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먼저 말씀 위에 바로 서고, 안과 겉이 같은 목회자, 자기성찰의 기도와 삶을 사는 목회자가 바로 청년들이 바라는 목회자상입니다. 한국 교회의 변화와 갱신, 개혁은 바로 거기서 일어나고, 그럴 때 희망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