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연평도 前 어촌계장 신승원씨가 전한 피해 상황

입력 2010-11-23 22:25


“북한이 사격한 해안포가 민가에 떨어지는 바람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면 서부리 전 어촌계장 신승원(71·사진)씨는 23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북한 포격 당시를 이같이 전했다.

신씨는 연평해전 이후 북한의 해안포 사정거리에 있는 연평도에 북한군이 직접 사격을 할 줄은 미처 몰랐다며 “당시 군부대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포탄이 북한에서 발사됐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연평면사무소로부터 “대피하라”는 말을 듣고 연평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대피소로 이동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대피하는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이끌었다. 인천에 사는 며느리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전화 받을 여유도 없었다.

대피하면서 마을을 봤을 때 상당수 민가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의용소방대가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봤지만 힘을 보탤 수 없어 안타까웠다. 특히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

산불도 신씨의 걱정을 배가시켰다. 불을 끌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시뻘겋게 타오르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신씨는 “일부 주민은 여객선이 인천 연안부두로 회항했다는 소식을 듣고 피난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며 “북한의 포격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해안포를 민가에 쏜 것은 6·25전쟁 이후 처음”이라며 “전기마저 끊겨 마을 전체가 어둠에 잠겨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