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北 선수들 “연평도 포격이라뇨?”
입력 2010-11-23 21:43
북한군의 서해 연평도 포격에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 중인 한국 선수단은 23일 동요 없이 막바지 메달 사냥에 전념했다. 북한 선수단은 포격 소식을 듣지 못한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기흥 한국선수단장은 이날 밤 선수촌 회의실에서 대회에 참가 중인 각 종목 지도자들을 불러 모아 선수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하는 한편 북한 측과 불필요한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주위를 환기시켰다.
한국은 이날 양궁과 레슬링 경기장 등에서 북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나섰다. 윤옥희(예천군청)가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양궁장에서는 북한의 권은실이 20년 만의 메달인 동메달을 수확하면서 나란히 시상대 위에 올랐다. 금메달리스트인 윤옥희는 마지막 순서로 시상대에 오르기 직전 권은실과 악수를 건넸다.
권은실은 결승전 직전 윤옥희의 금메달을 기원하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윤옥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적어도 양궁에서는 남북 선수들이 친하고 만나면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3, 4위전을 하는 동안에도 (권은실이) 동메달을 따기를 바랐다. (이번 사태는) 정부 간의 문제이지 우리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는 해당하지 않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북한의 권은실도 연평도 해안 포격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어색한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레이 사격장에서 한국 코치진이 “이게 무슨 일이냐. 너희들이 이랬다는데”라고 묻자 북한 클레이 사격팀의 박원국 코치 등 임원진은 “그런 얘기 처음 듣는다. 우리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등 북한 선수단은 전혀 연평도 포격 소식을 모르는 눈치였다.
남북 선수들이 나란히 레슬링 경기를 벌인 화궁 체육관에서도 긴장된 분위기는 포착되지 않았다. 선수 대기실에서 마주한 남북 임원들은 안부를 주고 받았고 선수들도 바로 옆에서 몸을 푸는 등 평상시처럼 경기를 준비했다. 북한 레슬링 영웅 김일(39)은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설명을 듣던 김일은 웃으면서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광저우=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