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전례없는 육상 공격… ‘우라늄 카드’ 이은 준비된 도발?

입력 2010-11-24 03:50


북한이 23일 연평도에 해안포를 발사한 의도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포격 직후에는 우리 군의 호국훈련에 대한 ‘과민 반응’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일축했다. 정전 이후 영해가 아닌 우리 영토에 대한 첫 포격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관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된 대미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내세운 호국훈련은 하나의 핑계이고, 사실상 우리 측과 미국을 압박해 경제적 제재 해제 등 실익을 얻기 위한 협박용 공격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핵 6자회담이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제재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미측 반응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미국이 협상에 나오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제재 강도가 더 세질 분위기가 감지되자 2탄으로 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핵전문가들에게 북한이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도 북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다. 이 코뮈니케에 담긴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평화체제 수립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하나의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6자회담 재개를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에게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켜 우리 정부를 움직이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 등 북측 지도부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다. 이번 도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대내용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고려대 유호열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내부 단속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강경한 군사적 대응으로 위기감을 조성해 주민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리더십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이 민간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육상 포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사전에 이를 철저히 계획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부 강경세력의 과잉충성으로 김씨 부자가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대 세습 후계 과정에서 북한은 스스로가 건재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세습체제를 공고히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번 공격은 북한 내 최고결정권자의 요구 없이는 감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