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파문] “김대중·노무현 정부, 우라늄 농축 알고도 묵살했다”

입력 2010-11-23 22:20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묵살,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전 정권 인사들의 공개 입장 표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23일 “정부 당국은 북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12년 전쯤인 1990년대 말부터 파악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우라늄 핵개발 의혹에 대해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조작한 것’이라고 북한 편을 드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남측 인사들이 북한 편을 든 것인데, 당시 그 같은 주장을 했던 사람들은 상황을 오도한 데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당당하게 나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송민순 정세현 이종석 전 장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실명을 거론한 뒤 “이분들은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한번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말한 적이 없고, 미국의 정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분들은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 중이기 때문에,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등 대북 정보기관이 북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심각성을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당시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관계자는 “정보기관은 북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들을 여러 차례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당시 고위관계자들이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북한 우라늄 프로그램의 보고 묵살 과정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 고위관계자들은 청와대의 주장을 ‘억지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현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책 없이 지내다가 일이 불거지니 과거 정부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냈던 민주당 신건 의원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고위간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은 완전한 날조”라며 “오히려 참여정부가 제대로 관리했기 때문에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 확대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고강도 알루미늄을 수입하려던 움직임을 제3국을 통해 막은 적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갑자기 전 정권 인사들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정당성 확보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현 정부는 이전 정권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라고 규정했고,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 원칙론을 고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야당과 진보진영으로부터 ‘무책임한 대북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시작된 북핵 정국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북한 핵개발의 원인 제공이 이전 정권에 있음을 명확히 해 대북정책 논란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긴박한 상황에서 이전 정권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론도 없지 않다.

남도영 강주화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