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민가 밀집지역에 ‘꽝 꽝’… 마을 전체 전쟁터 방불
입력 2010-11-24 02:06
“마을이 초토화됐어요. 섬이 연기로 꽉 차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불탔어요.”
인천 연평도에 북한의 포탄 수십 발이 떨어진 23일, 연평도는 전쟁터로 변했다. 포탄에 맞은 가옥은 처참히 부서졌고 야산은 화염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불바다 연평도=오후 2시34분쯤부터 시작된 포격은 연평도에 사는 930여 가구 중 860여 가구가 밀집해있는 대연평도에 집중됐다. 주민 김모(35)씨는 “집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 나가보니 동네가 불바다가 돼 있었다”며 악몽 같던 당시를 떠올렸다.
섬 밖에 나와 있던 김정희(46)씨는 연평도에 남아있는 어머니(84) 등 가족으로부터 전화로 전해 들은 폭격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파출소, 우체국이 있는 연평면 남부리에 7∼8발의 포탄이 떨어졌고 중부리에 있는 면사무소 근처, 동부리에 있는 유류탱크도 포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연평도에서는 폭격 이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주민도 있어 걱정을 더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폭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노인 1명과 연평고 학생 A양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이 실종됐을 가능성과 ‘피난 어선’에 승선했을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하며 소재 파악에 힘을 쏟고 있다. 폭격으로 중경상을 입은 주민은 3명으로 집계됐다.
폭격으로 섬 곳곳에서는 화재도 잇따랐다. 하지만 연평면에는 의용소방대원 30명과 소방차가 한 대뿐이어서 특히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후 9시50분쯤 인천시소방본부 소속 소방차 21대가 인천 남항부두를 통해 연평도로 출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가옥과 건물 13채는 밤늦게까지 불에 탔으며, 가옥 6채와 창고 2채는 폭격으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파손됐다. 전기가 끊어지고 휴대전화가 불통되는 등의 피해도 있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약 45%인 420여가구에 정전 피해가 발생했고 기지국이 마비돼 상당수 휴대전화는 불통됐다.
◇피난 행렬 이어져…섬에 남은 주민은 ‘공포의 밤’=주민 상당수는 포격이 멎자 오후 4시 이후 피난에 나섰다. 배를 타고 피신 중이라고 밝힌 송영옥씨는 전화통화에서 “어선 등을 이용해 주민 중 절반 정도는 섬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연평도를 빠져나와 인천항에 도착한 윤희중(48)씨는 “차에서 15m 떨어진 앞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충격 때문에 차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빨리 섬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배편이 없어 섬에 남은 나머지 주민은 방공호 19곳과 군부대 등에 흩어져 촛불을 켜놓고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밤을 지샜다. 방공호로 피신한 장모(57)씨는 “면사무소에서 가져다 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며 “군에서 보내준 담요가 있지만 어린 아이들은 추위에 심하게 떨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그동안 주민들은 북측이 도발을 해도 ‘그런가 보다’하고 생업에 전념했지만 지금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잠시 볼일을 보러 육지로 나왔거나, 연평도에 가족이 있는 시민들도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인천 한 수협에 근무 중인 김응섭(33)씨는 “오후 3시30분쯤 연평도에 사는 아버지랑 통화를 하긴 했지만 걱정이 돼 죽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최승욱 김수현 기자 lucidfall@kmib.co.kr 인천=정창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