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마감 2분前쇼크… 역외 거래 원달러 선물 치솟아

입력 2010-11-24 03:41


금융시장이 23일 오후 북한이 연평도를 해안포로 공격했다는 소식에 패닉에 빠졌다. 공격 소식이 타전된 시각은 주식·외환시장 마감 2분 전인 오후 2시58분쯤으로 서울 유가증권시장은 일단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 마감 후 한국의 신용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역외 거래 원·달러 선물이 급등하고 각국 증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시장에서 원·달러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1개월물은 50원 이상 급등한 118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우리 정부가 해외에서 발행한 국고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100bp(1bp=0.01% 포인트) 안팎에서 거래돼 하루 사이 15bp나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 발행기관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거래되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가산금리)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국고채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것은 그만큼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외 주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성전자는 오후 3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3.45%나 하락하는 등 주요 종목들이 폭락세를 연출했다. 코스피200 풋옵션은 야간시장에서 마감가보다 3배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9%), 홍콩 항셍지수(-2.7%) 등 아시아 증시가 하락한 데 이어 미국의 다우존스지수와 유럽의 DAX·FTSE지수 등도 장초반 1%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확전되지 않고 조기수습만 된다면 단기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충격의 폭만큼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천안함 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원인이 분명해 조기 수습될 여지가 크다”면서도 “전면전으로 가지 않으면 단기적인 충격이 예상되지만 강도는 굉장히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7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응계획 마련에 나섰다.

윤 장관은 “경제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금융과 외한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나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 여러 유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단기간 내에 회복됐다”며 “북한의 도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은 이주열 부총재는 이날 오후 6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주재하며 “선물 지표의 움직임을 볼 때 내일 주식, 채권, 외환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며 “상당한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국제금융센터와 24시간 비상상황 대응체계를 가동했고, 한은, 금융위·금감원, 한국거래소도 비상금융통합상황실과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는 24일 오전 임종룡 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금융위 부위원장, 한은 부총재,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이 참석하는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