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사실상 확정… 금융계 ‘넘버 3’ 부상

입력 2010-11-23 18:16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24일 오전 8∼10시 이사회를 열어 론스타와 지분 매매계약을 맺는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인수금액은 4조6000억∼4조8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품에 안으면 금융권은 자산규모 300조원이 넘는 대형 금융그룹 4곳(우리금융, KB금융, 하나금융+외환, 신한금융)이 경쟁하는 체제로 바뀐다.

◇‘3강 1중’에서 ‘4강’으로=하나금융 관계자는 23일 “현재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다. 24일 오전 중에 이사회를 열어 결정짓는다”고 밝혔다. 이사회 구성원은 상임이사 4명, 사외이사 9명이다. 과반수 이상이 모여 참석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사회 의결이 나는 대로 미국으로 출국해 론스타 최고 경영진과 만나 계약서에 사인하기로 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25일 금융위원회에 자금조달 방안을 포함한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통상 3개월이라는 승인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2∼3월쯤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할 전망이다.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의 인수가격은 4조6000억∼4조8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지분 6.25%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 매도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면 인수자금은 5조원대로 늘어난다.

9월 말 현재 자산 200조원인 하나금융이 116조2000억원인 외환은행과 합치면 그룹 총자산은 316조2000억원으로 훌쩍 뛴다. 우리금융(332조3000억원), KB금융(329조7000억원)에 이어 3위다. 기존 3위였던 신한금융(310조원)을 제치게 된다.

이미 기존 ‘빅3’는 긴장하고 있다.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가는 신한금융은 시장 지배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은 빨리 정부 보유 지분을 털어내고 공격적 마케팅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KB금융은 ‘하나+외환’이 강점을 지닌 외환과 국제금융 부문에서 치열한 공방을 예상하고 있다.

◇외환은행 선택한 이유=당초 우리금융에 입맛을 다시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으로 돌아선 표면적 요인은 시너지 효과다. 외환은행은 외국환 부문 시장점유율이 45%에 이른다. 무역금융에서도 독보적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광범위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시장도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외국환, 기업금융에 장점이 있는 외환은행의 결합은 이상적이라고 평가한다. 중복고객을 빼더라도 고객 수가 1400만명에 이르러 대형화에 따른 효과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또 ‘초대형 매물’인 우리금융 인수에 따른 막대한 부담감이 ‘숨어 있는 이유’다. 단숨에 업계 1위로 급성장할 수 있는 우리금융 인수라는 카드가 자칫 ‘독이 든 성배’로 변질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예상대로 빠르게 진행될지 불투명한 데다 최고경영자가 현직 대통령과 친구인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자금조달 우려감을 충분히 씻어낼 것이라고 본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설이 불거진 지난 16일 이후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11곳으로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4만4000∼5만원(인수를 가정한 경우)이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