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전 韓銀 총재 “금융시스템 복잡해져 통화정책 힘 못써”

입력 2010-11-23 21:49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통화정책의 효과와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양적완화 성공 여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가계부채를 꼽았다.



이 전 총재는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1 신한금융투자 리서치포럼’ 특별강연에서 “금융 규제나 전체적인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로 통화정책이 있지만 전 세계적인 금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통화정책도 수동적으로 바뀌게 된다”며 “금융증권화, 파생상품 발달, 자본의 국제적 이동 등으로 현재 통화정책은 금융의 강도나 속도 조절에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퇴임 후 공식석상에서 강연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연 2.50% 수준의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정책변수를 움직일 때 방향에만 주목하고 수준에 관한 논의는 잘 다루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수준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사이클이 하강 신호를 보낼 때는 선택이 더 어려워진다. 현재 핵심 물가가 아직 2% 수준이지만 더 오른다면 내년 정책결정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밀턴 프리드먼이 1930년대 미국 대공황에 대해 연준이 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였어야 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도 다시 표명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은 급성이 아닌 만성”이라며 “당장 폭발할 수준은 아니지만 만성적으로 한국 경제를 누르고 있는 짐인 데다 가계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을 흔든 환율 전쟁에 대해서는 “작은 마찰은 상당기간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부딪힐 경우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도 다치기 때문에 전면전으로 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