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佛 은행 예치금은 대출금”

입력 2010-11-23 21:35

현대그룹이 23일 현대건설 인수자금 내역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된 프랑스 은행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이라고 해명했다.

또 대출 과정에서 현대상선 주식이나 현대건설 자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소명했다.

현대그룹 공동매각주간사는 23일 현대그룹으로부터 인수자금 조달 내역을 건네받아 즉각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법리 검토 결과에 따라 추후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 또는 본계약 체결 시 보완조항을 넣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위법 또는 허위 사실이 기재됐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동매각주간사는 앞선 22일 현대그룹 측에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치금 1조2000억원의 조달 내역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옵션 계약 여부 등을 소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이날 나티시스은행 예치금은 담보와 보증이 없는 전액 대출금이라는 내용의 증빙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에 따르면 동양종금의 투자금도 당초 알려진 7000억원이 아닌 8000억원대이며 FI와는 풋백옵션 등 별도의 옵션을 계약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다만 FI와는 현대건설 인수 후 2년9개월이 지나면 풋백옵션을 협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미 심사과정에서 나티시스은행 예치금에 대해 일정 부분 감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이 자금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관련 의혹이 증폭되자 다시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는 현금일 경우 차입 여부와 상관없이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도록 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 돈이 차입금이더라도 MOU 또는 본계약 체결 시 보완조항만 두면 될 뿐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사유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매각주간사와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소명자료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24일 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한 확인작업이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가 24일 현대건설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을 출석시키기로 하는 등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이번 인수건을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건과 연결시켜 바라보고 있어 예상외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