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수사… 檢 “오세훈 시장까지” 곤혹
입력 2010-11-23 22:10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데 대해 검찰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재수사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민간인 사찰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3일 “지원관실의 원모 전 조사관 수첩은 해당 인사들에 대한 동향 파악 내용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설사 대상이 민간인이라 해도 단순히 정보수집만한 것이라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처벌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관실이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나 남경필 의원을 사찰한 것처럼 당사자에게 사표를 받아 내거나 사건 자료를 제출받는 등 직권을 남용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그러한 위법 사실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원관실이 오 시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이 문제 소지는 있으나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내야 하는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최근 정치권 등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은 이미 관련자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살펴봤지만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도 오 시장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으나 원씨가 ‘언론이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수첩에 적은 것’이라고만 진술해 더 이상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검찰은 모든 공직활동을 다 감찰하고 적정행위인지를 따져보는 감사기관이 아니라 처벌이 가능한지를 보는 수사기관”이라고 덧붙였다.
또 원 전 조사관 수첩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이후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은 이야기하지 말라는 검찰 수사공보준칙이 정해져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라며 “원 전 조사관 수첩은 이미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돼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 원 전 조사관이 국정원, 경찰청 등에 사찰 내용을 통보했다는 부분은 “범죄와 관련됐다고 판단되는 것은 검찰도 조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속내는 편치 않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를 하느냐 마느냐는 검찰은 물론 ‘대포폰’ 문제가 있는 청와대, 그리고 여당에도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며 “재수사가 결정되면 기존 수사팀 징계가 거론되면서 검찰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지원관실 부실 수사 문제가 청목회 사건, C&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 등 검찰이 진행 중인 다른 수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므로 어떻게든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