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쫓다 ‘애물’ 캤다 지자체, 리조트 속앓이

입력 2010-11-23 21:53

세수 증대와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리조트 사업이 자금난으로 표류하거나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계획이 변경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23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강원도 영월군은 폐광지역 대체산업으로 조성 중인 동강시스타 리조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대주주인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강원랜드, 강원도에 500억원의 추가 출자를 요청했다. 동강시스타는 1538억원을 들여 영월읍 삼옥리 85만8025㎡ 부지에 콘도와 골프장, 테마파크를 갖춘 종합리조트로 조성되고 있으나 현재 987억원의 자금만 확보돼 추가출자가 시급하다. 콘도분양 저조가 원인이다.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해 매각절차에 돌입한 강원도 태백시 오투리조트도 민영화되기까지 필요한 운영자금 300억원을 강원랜드에 요청했다. 오투리조트는 태백시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태백관광개발공사가 대주주로 있으며 1500억원대의 각종 금융채무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강원도가 출자한 강원도개발공사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으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연간 이자만 300억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들 사업이 좌초위기에 몰린 것은 지자체들이 리조트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만 인식해 적정한 사업성 검토 절차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삐걱거리는 곳도 있다. 민간사업자가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에 조성하기로 한 종합리조트 사업은 착공시기가 내년 이후로 연기됐다. 동해국제해양개발㈜은 930억원을 들여 망상동 393의16 일원에 연면적 6만4500㎡ 규모의 복합휴양리조트를 조성하기로 동해시와 협의했으나 착공일을 지난달에서 내년 3월로 6개월 연기했다.

부산도시공사와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이 3조4000억원을 들여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6만5930㎡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118층 규모로 건립하는 복합관광리조트 사업도 내년 5월 건축공사 착공이 불투명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사태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태안군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원 380만8000㎡부지에 리조트, 기업연수촌, 테마파크, 골프장 등을 유치해 세계적 관광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민자유치에 나섰으나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사업만을 추진한 채 본 사업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상지대 홍성태 사회학과 교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혈세낭비와 환경파괴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만큼 실패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춘천·부산·태안=정동원 윤봉학 정재학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