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10년만에… 수치 母子, 눈물의 상봉 “너무 행복”

입력 2010-11-23 18:03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65) 여사가 오랜 연금생활 때문에 헤어져 있던 아들과 10년 만에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수치 여사는 23일 오전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그동안 미얀마 정부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해 귀국하지 못했던 아들 킴 아리스(33)를 만났다. 아리스는 지난 2000년 미얀마에서 수치 여사와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입국 비자를 받지 못해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수치 여사의 2남 중 둘째아들로 영국에 살고 있는 아리스는 8일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 해제를 앞두고 태국 방콕으로 날아왔다. 방콕의 미얀마 대사관에 입국비자를 신청한 그는 22일 마침내 입국 비자를 받았다.

아리스가 도착한 양곤 공항에는 수치 여사가 이끌고 있는 야권 단체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지지자들도 나와 모자 상봉을 축하했다. 수치 여사는 아들과 만난 직후 “행복하다. 너무 행복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아리스 역시 “너무 행복하다. 이곳에서 2주간 머무를 수 있다”며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아리스는 또 수치 여사 지지자들과 언론 앞에서 재킷을 벗어 두 팔에 새긴 붉은 문신을 보여줬다. 이 문신은 NLD의 상징이자 수치 여사의 별명인 ‘싸우는 공작’이다.

아리스와 수치 여사는 24일 양곤의 유적지인 슈웨다곤 파고다를 방문할 예정이다. 슈웨다곤 파고다는 수치 여사가 1988년 대중 연설을 처음 시작하며 정치가로 입문한 곳이다.

수치 여사는 영국인 교수 출신인 마이클 아리스와 결혼해 슬하에 알렉산더와 킴 두 아들을 뒀다. 하지만 최근 21년 중 15년가량을 가택연금 및 수감 상태로 지내는 바람에 1999년 남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두 아들과도 10년 이상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군정의 제재로 전화나 인터넷도 차단되는 바람에 수치 여사는 지난 13일 가택연금이 풀린 직후 아들과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큰 아들 알렉산더도 매년 입국 비자 신청을 냈으나 이번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수치 여사가 대법원에 NLD 해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22일 기각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NLD는 미얀마 군정이 지난 3월 공표한 새 선거법이 수치 여사의 선거 참여를 막은 데 반발해 선거 불참을 선언했다. 그리고 새 선거법상 규정을 이행하지 않아 정당으로서 법적 지위를 상실했다. 수치 여사 측은 특별항고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등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