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는 사진은 음란물” 삭제하던 페이스북… 모유 기증엔 도움 주는 모양새

입력 2010-11-23 18:03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엠마 크와스니카는 올해 초 사진 한 장 때문에 페이스북 계정이 중지됐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엔 모유 수유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모유 수유를 하는 어머니들을 돕고 있는 여성운동가였다.

페이스북은 모유 수유 사진이 회사의 음란물 규정에 위반된다며 사전 검열을 통해 게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에도 모유 수유 사진을 음란물로 판단, 임의로 삭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처럼 모유 수유 사진에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페이스북이 예상치 않게 모유 기증 활동에 도움을 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타임 인터넷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결과는 모유 수유 사진 때문에 계정이 중단된 크와스니카 덕분이다.

크와스니카는 지난달 자신의 계정이 폐쇄된 뒤 가상의 간호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보 선택: 출생 그리고 그 너머(Informed Choice: Birth and Beyond)’라는 새로운 그룹을 페이스북에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오프라인에도 글로벌 모유 수유 모임을 만들었지만 그녀의 모유 기부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킨 동력은 새롭게 만든 페이스북 그룹이었다. 이 그룹을 통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유 수유 관련 기관들이 연결됐다. 단 몇 주 만에 전 세계 22개국, 미국 내 50개주가 포함된 98개 지역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미국 위스콘신에 사는 오 클레어는 생후 4주 된 아들에게 먹일 모유가 충분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 그녀의 출산을 도와준 여성이 모유를 공급해주는 곳이 있다고 알려줬다. 클레어는 크와스니카 페이스북 그룹을 찾았고 그곳에서 기증자 3명을 찾았다.

타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선 모유 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학 연구팀은 최근 모유가 박테리아와 후천성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다음 달 우유 은행 운영과 관련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