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품 방치가 부른 아일랜드 사태
입력 2010-11-23 17:55
강소국(强小國)의 대표주자 아일랜드가 재정위기로 휘청거린다. 아일랜드는 21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수용키로 했다.
이번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접 원인이다. 금융위기로 부동산값 급락, 은행 부실 확대, 재정위기 전이 등이 이어지면서 1996∼2006년 연평균 7% 성장률을 자랑하던 켈틱 타이거(켈트족 호랑이, 아일랜드의 별명)의 발목을 잡았다.
근본 원인은 고성장의 이면에 끼어든 거품을 방치한 데 있다. 과다한 외자 차입과 대출, 1997∼2007년 10년 동안 4배로 뛰어오른 집값 등이 그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값은 최고점의 36%이나 급락했고, 지금까지 은행들의 손실은 GDP 절반에 육박하는 850억 유로(131조원)다.
앞길도 순탄치 않다. 구제금융 대출조건에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율(12.5%) 인상이 포함돼 있어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도 시간이 걸릴 모양이다. 무엇보다 긴축정책이 강화되면 아일랜드 경제는 한동안 더욱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과감한 규제완화와 낮은 법인세율 등 최상의 기업환경을 구축한 아일랜드를 따라 하자는 얘기가 한때 적잖았지만 이제는 그 아일랜드가 반면교사가 됐다. 가뜩이나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자산가격 거품 경계에 부족함이 없어야겠다.
당장 국내 파장은 크지 않다. 다만 이번 사태가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의 재정위기로 번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내 유입된 외자가 급격하게 빠져나갈 수도 있다. 외자 유출입 규제 장치를 조속히 도입해야 함은 물론 차제에 단기 외채를 많이 들여온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