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도발 응징할 안보태세 확립해야

입력 2010-11-23 17:57

북한이 서해 연평도 부근에 다량의 해안포와 곡사포를 발사한 것은 중대한 군사 도발이다. 북측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사격을 가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민간인이 사는 연평도를 직접 겨냥해 해안포 공격을 해 온 것은 정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북측은 지난 8월에도 NLL 이남 우리 측 수역에 해안포를 발사했으나 섬이나 육상을 겨누지는 않았다.

북한이 공격을 해온 직접적인 이유는 ‘호국훈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전통문을 보내 호국훈련이 자신들에 대한 공격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해 왔다. 하지만 이번 훈련이 결코 공격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우리 영해에서 대북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실시한 훈련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백령도와 연평도 사이에서 포사격 훈련을 했으나 백령도 서쪽 및 연평도 남쪽 우리 측 지역으로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북측이 민간인이 사는 지역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정전협정 위반이다. 거기다 우리 군인과 민간인들에게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연평도에 산불이 날 정도였으니 우리로서는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의 이번 공격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본다. 천안함 폭침과 핵실험 등으로 대북 제재를 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상에서 강력한 충격요법을 동원한 것이다. 김정은으로의 확고한 권력 승계를 위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주민결속을 도모하고 내부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의 이런 정치적 노림수에 우리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공격을 받은 우리 군이 북한 해안포 기지를 향해 즉각 대응사격을 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의 엉뚱한 도발에 대해서는 10배, 100배로 응징하는 것이 옳다. 특히 이 지역은 천안함 폭침을 당한 곳이어서 두번 다시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추가도발에 대비해야겠다. 이런 종류의 도발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도 군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현명한 일이다.

한·미 양국이 즉각 ‘연합위기관리’ 선포를 검토하는 한편, 이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발 빠르게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한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우리 안보가 확고함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가안보에 위기를 맞았을 때는 정치권도 합심해서 정부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국회가 예산결산위원회 회의를 중단하고 각 정당별로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해 온 민주당도 정부에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 고민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