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천사 ‘젓갈 할머니’ 류양선씨… 또 1억원 상당 사전 선뜻

입력 2010-11-23 17:39

‘젓갈 할머니’ 류양선(78)씨가 최근 국어사전 1억원어치를 전국 초등·중학교 수백 곳에 기증했다고 23일 고려대가 밝혔다. 류씨는 서울 노량진시장에서 젓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충남 서산 한서대에 시가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쾌척하고 대학 등에 수차례 장학금을 기부했다.

류씨는 지난해 11월 한국어대사전을 발간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 처음 연락해 사전 가격을 물었다. 국문학과 김흥규 교수가 17년 작업 끝에 펴낸 사전은 3권이 한 질로 54만원이다.

류씨는 지난 1년간 적금을 부어 모은 3000만원을 이달 초 고려대에 전달하면서 사전을 초등학교 위주로 201개교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류씨는 “초등학교 때 배운 한문은 커서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에 남더라”며 “형편이 어려운 동네에 사전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류씨는 사전 201질 구입비 1억854만원을 5차례 나눠 내기로 했다. 고려대는 책값을 전부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류씨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인데 깎으면 안 된다”며 전액 기부를 고집했다. 고려대는 류씨가 비용을 부담키로 한 201질에 50질을 보태 류씨 이름으로 전국 251개교에 보냈다.

민족문화연구원 이종현 팀장은 “사전뿐 아니라 ‘공부에는 때가 있으니 배울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라’는 할머니의 뜻까지 학생들에게 잘 전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