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작가 최재은, 日 하라미술관서 한국인 첫 개인전
입력 2010-11-23 17:45
일본에 머물며 세계를 무대로 작업하는 조형작가 최재은(57·사진)씨가 도쿄 하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1979년 설립된 하라미술관은 일본 현대미술을 주도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사립미술관으로 한국 작가가 이곳에서 전시를 열기는 처음이다.
다음 달 26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전시에는 치유의 나무, 과일 나무, 땔감 나무, 집 목재용 나무, 꽃을 위한 나무 등 다섯 개의 작은 숲을 만들었다는 인도 황제 아소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사진과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주말 전시장에서 만난 최씨는 “후지산의 1000년 정도 된 나무들을 소재로 삼아 ‘숲은 언제부터 있었던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쳐 지나는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원이 있는 개인 주택을 개조한 미술관은 나무를 하루 종일 360도 방향으로 촬영한 최씨의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휴식을 제공한다. 서울 경동교회 옥상에 대나무 3000개를 올려놓거나 대전 엑스포 재생조형관에 빈병 6만개를 설치한 기존 작업에 비하면 다분히 명상적이다.
작가는 “태초부터 끝없이 이어져온 인간과 나무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76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와 베를린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2001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군사분계선을 무대로 ‘길 위에서’라는 제목의 다큐영화를 찍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도쿄=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