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디로 가고 있나] 실업률 5% 이상 고공… 엔高로 수출업계 비상

입력 2010-11-23 17:34

일본 정부는 지난주 초 모처럼 ‘좋은’ 경제성적표를 발표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 2.6%를 크게 웃도는 3.9%(연율 기준)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가이에라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상은 “생산 위축으로 일본 경제는 꺼져가고 있다”는 우울한 전망만 강조했다.



가이에라의 표현은 일본경제의 현주소다. 3분기 수치가 좋게 나온 건 친환경 차량 구매 때 지급하는 보조금이 9월 말 종료된 데 따른 반짝 효과 덕이다. 보조금 약발이 다했으니 소비 지표는 다시 나빠질 게 뻔하다. 수출과 생산 전망은 밝지 않고 실업률은 5% 이상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다시 덮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유령은 경기 발목을 잡고 있다. 전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 경제가 “디플레 상태”라고 공식선언했다. 2001년 3월∼2006년 6월 디플레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일본이 ‘디플레’를 강조하는 까닭은 부양책 명분을 축적하고 중앙은행의 추가 조치를 촉구하는 정치적 제스처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디플레 퇴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새삼 강조했다.

간 정부는 지난달 5조1000억엔 규모의 부양책을 최종 승인했다. 일본은행도 지난달 초 4년 3개월 만에 제로금리로 복귀하고, 5조엔(68조2400억원) 규모의 양적완화(돈을 푸는 것) 정책을 발표했다. 미국의 1, 2차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치솟으며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업종이 채산성 악화를 내세우며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외환시장 개입 자제 선언이 이뤄져 앞으로 시장개입을 할 경우 국제사회 비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으로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올해 1∼9월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3조9674억 달러로, 중국의 3조9468억 달러를 약간 앞섰다. 하지만 10∼12월치를 합할 경우 연간 기준 GDP는 사상 처음 중국에 뒤질 것으로 전망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