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산문집 ‘나는 격류였다’ 출간기념회서 해명

입력 2010-11-23 17:48

고은(77) 시인이 “통일이 되면 이 땅을 떠나 민족을 잊고 싶다”고 한 지난 20일 군산에서의 발언에 대해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 시인은 24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산문집 ‘나는 격류였다’(서울대출판문화원)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통일이 곧 된다면 안 떠나겠죠. 그건 아득한 지수 같은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한반도가 통일 되는 날은 아무도 모르는 지독한 미래의 일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 사회는 지독한 새로운 문명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전혀 새로운 문명 세계인 혼합사회가 될 것”이라면서 “그때가 되면 굳이 한반도에 속해 있을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내 군산 발언을 두고) 이민 얘기로 해석하는데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며 “통일이 되면 지독한 문명의 마그마가 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독한 문명’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민족이라는, 근대가 만들어낸 명제가 다 풀어지고 새로운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뜻한다”며 “통일이 되면 아시아 유럽 미국 등 모든 것이 섞여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 시인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과 전술핵 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로 긴장감이 돌고 있는 남북 문제와 관련, “비핵이 한반도의 가장 큰 꿈이었는데 그게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한반도에 핵이 있으면 통일은 그만큼 멀어진다. 핵을 남북 양쪽에서 보유하는 체제가 된다면 10년 걸릴 통일이 2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