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기독교 교류의 새로운 장 만든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입력 2010-11-23 16:33


[미션라이프] “박종순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이사장님이 앞서 길을 닦아놓지 않으셨다면 오늘을 기약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분의 뜻을 받들어 한·중 기독교 교류의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양국 교회의 차세대 지도자들을 배출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중국 기독교양회(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기독교협회)와 새로운 소통의 장(관련기사 20일자 22면)을 만든 오정현(54·사랑의교회·사진) 목사는 ‘수선대후(守先待後)’의 정신으로 살겠다고 했다. 수선대후는 명말 청초(明末 淸初)의 사상가 천췌(陳?·1604∼1677)의 말로 선대가 남긴 좋은 전통과 유산을 지키며 후대를 키우고 세우겠다는 뜻이다. 훗날 청나라의 성군 옹정제가 이 말을 편액으로 만들어 맹자의 묘에 바치기도 했다. 오 목사는 이 말처럼 선배들로부터 받은 영적 정신적 혜택을 계승하고, 후배들을 양성해야 할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오 목사는 이번 교류가 사랑의교회가 추구해온 3대 과제, 즉 제자훈련의 국제화, 한국 교회 영성의 세계화, 한·중·일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기독교인 모두가 영적으로는 한 가족”이라며 “향후 교류의 폭과 깊이를 더해 전 세계를 향한 ‘브리지(교량) 선교’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한국 교회가 하나님 보시기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강단의 위기에서 벗어나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기독교는 원래 통전적입니다. 한국 교회는 서양 분석철학의 영향을 받아 신앙과 사회책임을 따로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의 통전성에 들어가면 복음과 사회책임의 일치가 이뤄집니다. 사랑의교회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더 힘쓸 것입니다. 아울러 이들이 우리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가 되도록 해준 정화조임을 잊지 않을 겁니다.”

오 목사는 “사랑의교회를 정화시켜준 은인들이 바로 우리의 도움을 받아온 분들”이라며 “이 때문에 끊임없이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고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도를 따라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역사는 재해석될 뿐’이라는 미국의 퓰리처상 2회 수상자 데이비드 매클라우의 말을 인용하며 기독교인의 역사의식과 책무도 강조했다. 시대의 향도로서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야 할 소명이 기독교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날마다 개척교회 목사의 심정으로 대형교회를 이끌기를 기도하고 있다”면서 자신부터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 역사가 오래 될수록, 목회자가 나이 들수록 교회는 오히려 더 젊어져야 한다며 담임목사가 생각의 틀을 바꾸면 교회는 세속화, 물질만능주의, 성공주의에 결코 물들지 않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오 목사는 현재 사랑의교회 등록교인이 8만8000명에 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고, 그 다음 부교역자 및 평신도 지도자(순장) 3000명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 부교역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창조적 목회훈련 시간을 인도한다. 그러나 부교역자의 잘못에는 매우 엄격한 편이라고 했다.

“종합병원은 진료과목에 따라 역할이 분담돼 있죠. 만약 한 부서가 잘못해 환자의 생명이 잘못됐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때문에 종합병원 전체의 명예가 실추됩니다. 그러기에 잘못된 곳은 반드시 수정해야 합니다.”

오 목사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순장들을 위한 영성점검 시간도 진행한다. 이것이 대형교회이면서도 친밀성을 유지하고 소형교회와 같은 응집력을 갖게 되는 비결이라고 했다. 사랑의교회 교인을 세대별로 구분하면 30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어 40대, 20대, 50대, 10대, 60대 순이다. 이 또한 교회 역동성의 또 다른 기저라는 게 오 목사의 설명이다.

사랑의교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목회자 145명, 직원 190명 등 330여명이 교회를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당회는 장로 50명으로 구성됩니다. 그 중 20명은 교회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그 외는 사역장로로 봉사합니다. 만 63세가 되면 사역장로가 됩니다. 설령 63세가 되지 않았더라도 7년간 운영장로로 봉사하면 자동적으로 사역장로가 됩니다.” 오 목사는 이 같은 목회자 및 평신도 리더의 역할 분담과 하모니가 대형교회이면서도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자기 관리에 대해선 수레바퀴를 들어 설명했다. “저의 삶의 최종 목표는 어떻게 하면 주님과의 관계를 더 잘 유지할 것인가 입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바퀴의 중심축으로 하고, 말씀 기도 교제 증거 예배 봉사를 바퀴를 이어주는 6개의 살로 삼았습니다. 이에 따라 1년에 성경 3독, 새벽기도 등을 통한 지속적인 기도훈련, 영적 멘토와 동역자, 후배, 전략적 만남 등을 통한 다양한 교제, 끊임없는 복음 선포, 역동적인 예배와 봉사 등 6개 분야가 균형을 갖추도록 힘씁니다. 어느 한 쪽에 경도되면 목회는 뒤뚱거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합니다.”

오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할 때 마음이 울적하면 박물관에 자주 가곤 했다면서 영성은 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 전인격적인 것이기 때문에 브람스 헨델 바흐 등의 음악도 즐겨 듣는다고 밝혔다. 또 목회자는 육신적 건강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30년간 매일 5㎞ 정도 조깅을 했습니다. 요즘은 무릎이 좋지 않아 잘 못 뛰지만…. 무엇보다 아내(윤난영 사모)는 조화와 균형을 갖도록 해주는 동반자입니다.”

그는 “목회자가 균형감각을 상실하면 독재 고집 독선 아집 등이 드러나고 결국 성적 타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 같은 두 가지 오류는 교회의 규모와 관계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목회자는 말씀사역, 제자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