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불의해 보이는 세상 속 진리를 찾아서…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
입력 2010-11-23 17:51
은혜를 찾아 길을 떠나다/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청림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 계셨습니까?” 죄 없는 사람들이 무참히 죽어갈 때,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할 때, 정의가 패하고 불의가 승리할 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복음주의 영성 작가인 저자는 처참한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세상이 선하지 않을수록 하나님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하나님이 있다면 이토록 비참한 상태로 내버려두지 않았지 싶은 곳들을 여행한 기록이다. 무신론 정부에도 아랑곳없이 교회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한때 교회가 흥왕하던 중심부였으나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중동, 다인종 교회가 과거 인종차별의 상흔을 수습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끔찍한 기차 테러가 일어났던 인도의 뭄바이 등을 여행했다. 또 미국 안에서는 버지니아 공대와 그린레이크의 성매매 여성 모임, 시카고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등을 찾았다.
그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이유는 자신이 글로 쓴 ‘신앙’이 현실에 부닥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서다. 칩거해 쓰는 자신의 글이 정말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왜 하나님은 히틀러나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이 그토록 엄청난 해를 입히도록 그냥 두는가?” “왜 하나님은 인류 역사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가?”란 질문은 열린 질문이며, 하나님은 그 답을 우리에게 맡기셨다고 말한다. 세상 앞에 실효성 있는 신앙을 보여주도록 부름 받은 것은 우리라는 것이다. 그는 그 질문의 답을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보았다고 고백한다.
그는 버지니아 공대의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전 세계에서 보내온 연민과 연대의 메시지를 목격했고, 인종 갈등으로 피 냄새를 풍기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보복이 아닌 화해의 정치를 보았으며, 각국의 성매매 여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들의 자활을 돕는 여성들도 함께 만났다. 그는 정부도 제공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를 베풀며 가난한 이웃을 돕는 단체들, 정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교회들, 영적인 면을 존중하며 알코올 중독을 이겨내고 있는 AA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들이 하나님의 답이었다.
그는 2007년 2월, 교통사고로 척추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의사는 부러진 척추뼈가 동맥을 찌르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가족과의 마지막 통화를 권했다. 순간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도 명예도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였다.
그는 책에서 고통이 살아있는 증거라고 고백한다. “의사는 처음 몇 시간은 진통제를 주지 않고 저의 사지를 꼬집고 핀으로 찌르며 “아픕니까? 느껴집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내가 “예!” “예!”라고 답하면 “좋아요!”했습니다. 감각은 척수가 손상되지 않았다는 증거였고, 고통은 내 몸이 성하다는 생명의 징후였던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 사고가 난 지 두 달 후 총기난사 사건으로 33명의 친구와 교수를 잃고 심리적 충격과 아픔에 빠져 있는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에게 전한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저자는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은 딱 한 곳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부활을 끝까지 믿지 못했던 도마가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이란 고백을 하는 장면이다. 예수님은 도마에게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서 내 손을 만져보고 네 손을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고 하셨다. 예수님은 새로 변화된 몸으로 도마의 의심을 없애주셨다. 도마에게 믿음의 고백을 나오게 한 것은 ‘주님의 흉터’였다.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란 욥의 질문에도 하나님은 대답하지 않으셨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하나님이 어떤 심정이신가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 형언 못할 고통을 지닌 세상에 합류케 하셨다. 그래서 더 느리고 덜 극적인 해답에 착수하셨다.
저자는 하나님도 고통에서 면제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처럼 되셔서 인간 조건을 공유하셨습니다. 도마는 하나님이 사랑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파하고 슬퍼한다는 뜻이며 고통은 생명의 외표입니다. 고통 있는 곳에 메시아가 있습니다.”
저자는 헛된 낙관론을 제시하기보다 지금 구속 불능으로 보이는 일을 능히 구속하실 수 있는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고고한 도전을 던진다. 세상이 선하지 않을수록 하나님이 더 필요하다는 것. 즉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