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수능, EBS교재와 연계 출제 얼마나… 3단계 난이도 쉬운 문제 일부 거의 복사본 수준
입력 2010-11-23 17:21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EBS교재와의 연계율 70%다. 수능 출제본부는 EBS교재와 연계한 문제는 쉬운 문항, 중간 난이도 문항, 고난도 문항을 골고루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복사본처럼 나온 문제도 있어=가난한 백성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고은의 시 ‘선제리 아낙네들’은 올해 수능 1교시 언어영역 현대시 지문으로 윤동주의 ‘자화상’, 김명인의 ‘그 나무’와 함께 등장했다. 언어영역 13∼16번 4개 문항이 이들 현대시 3개 작품에 관한 질문이었다.
‘선제리 아낙네들’은 EBS 교재 ‘인터넷 수능 시문학’ 34쪽에 그대로 실려 있다. 윤혜정 덕수고 국어교사는 “수험생은 낯익은 작품이 나올 경우 심리적으로 상당한 안정감을 느끼고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문과 문제가 거의 복사본처럼 나온 질문도 있다. 언어영역 11번 문제가 그 예다. 이 문항은 ‘들다’라는 동사의 다양한 의미를 유형별로 묻고 있다. EBS 교재 ‘수능특강-언어 영역’ 110쪽 6번도 ‘들다’의 의미를 질문하고 있다. 외국어영역도 마찬가지다. 듣기평가 1번 문제는 7세 아들을 위해 자전거를 사려는 한 남성과 점원의 대화가 담겨있다. EBS 교재 ‘고교영어듣기 Ⅱ’ 100쪽 모의고사 17회 1번 문항과 거의 일치한다. 일부 표현만 다를 뿐 보조바퀴, 경적, 바구니가 있는 자전거를 찾는 점에서 대화와 답이 거의 같다. 용기(courage)를 설명한 외국어 20번 문제는 EBS 교재 ‘독해연습 Ⅱ’ 58쪽 문항과 지문이 같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외국어 25번 문제의 답은 EBS 교재 ‘고득점 300제’ 30쪽 75번 문제에 그대로 있다.
수리 나형 14번과 24번, 가형 5번과 14번도 EBS 교재를 직접 참고해 문제를 출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특히 수리 나형 24번 문제는 EBS 교재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나형 32쪽 문제에서 숫자와 조건만 일부 고친 것이다.
◇복잡하게 비튼 문제도 많아=언어 32∼36번 5개 문항은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 등 역법에 대한 비문학 지문을 제시했다. 이는 EBS ‘인터넷 수능-비문학’ 88∼89쪽 지문과 매우 유사했다. 그러나 답지에 제시된 내용은 상당히 달랐다. 가채점 결과 이 지문에서 오답률이 매우 높았다.
가장 어렵게 출제된 수리 가형에서도 EBS 교재와 연계됐다고 하지만 수험생이 손을 댈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수리 가형 14번 문항은 EBS 수능 교재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가형 5회 5번 문항과 연계됐다고 수능 출제본부는 밝혔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EBS 교재 문제는 쌍곡선의 방정식이 주어져 초점인 F, F'의 좌표를 알 수 있으므로 사각형 ACBD의 넓이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수능에서는 점 A, B의 좌표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두 포물선의 방정식이 미지수로 정해진다. 연계됐다고 하지만 수험생이 체감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외국어 영역의 38번 문항도 EBS 교재 ‘인터넷 수능 영어 독해 연습(1)’ 103쪽에 나온 도표 문제를 활용했다. 그러나 도표를 설명하는 지문이 달라 수험생은 새로운 문제로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