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총리실 前사무관 수첩 입수…“오세훈 동향도 파악”
입력 2010-11-23 00:20
민간인 불법 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여권 인사와 노동계, 언론사 등의 동향도 파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원관실이 이런 활동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에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2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형법상 강요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원충연 점검1팀 전 사무관의 수첩에 오 시장의 동향 파악 및 친박계 인사들을 포함한 여권 인사의 동향이 기록돼 있다.
원씨는 수첩에 오 시장에 대해 ‘서울시장 대선 활동 관련 부서 만듦(이미지관리)→지난 인사 때 직원 발령함’이라고 적었다. 또 2008년 11월자 메모에는 친박계 인사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에 대해 ‘(건강보험)징수공단 통합안 발의, 이 의원은 전 정부 시절에도 찬성’이라는 내용도 기재했다.
수첩에는 동향보고 수신자로 경찰청, 국정원, 청와대 직원 이름이 적혀 있다. 구체적인 날짜도 함께 기재했다. 이에 따라 지원관실이 여권 인사의 동향을 이들 기관에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원씨는 수첩에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의 활동까지 기록해 놓았다. ‘YTN 전 노조위원장, BH출입’ ‘전 사장 ○○신문 사장공모 탈락’ 등 언론사인 YTN의 간부와 노조 동향을 자세히 적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KBS 노조의 동향과 간부들의 활동을 기록한 내용도 있다. 공기업인 토지공사, 주택공사, 한국전력 노조 등의 성향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원씨 수첩에 기록된 2008년 9월 22일 오전 회의 메모에는 ‘첩보 입수, 공직기강 정책점검, 하명사건’이라는 문구 뒤에 ‘방해세력 제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수첩에는 망원경과 카메라, 노트북이라고 쓰여 있는 등 지원관실의 사찰 방법과 근무자세, 보고서 작성 방법도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원씨 수첩에 이런 내용이 기재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수첩을 관련 사건의 증거자료로 법원에 이미 제출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추가적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남경필 의원 사건을 발견해 기소했다”며 “그 외의 수첩 기재 내용이 범죄와 관련 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거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사건 관련자의 수첩에 이름, 부처, 기관 등이 기재돼 있다는 점만을 들어 어떤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었다”며 “원씨는 검찰에서 언론이나 인터넷에 보도되거나 지인들로부터 들은 주요 공직자나 부처, 기관의 동향을 그때그때 수첩에 적어놓았을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