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 사태… 과도한 감세정책· 부동산 거품 붕괴가 ‘禍’ 불렀다
입력 2010-11-22 21:08
아일랜드는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가입한 뒤 잘 나갔다.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내면서 아시아의 호랑이에 빗댄 ‘켈트의 호랑이’로 불렸다. 2007년엔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정한 유럽의 ‘강소국’ 4위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IMF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정부의 지나친 감세정책과 부동산 시장 거품을 통제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갈 길 먼 아일랜드=아일랜드 정부는 고강도 긴축 재정에 나선다. 23일(현지시간)엔 2014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줄이기 위한 긴축재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브라이언 코웬 총리는 21일 각료회의에서 약 150억 유로(약 23조원) 규모의 긴축과 공공부문 인력 6% 감축 계획이 포함된 160쪽 분량의 긴축재정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수당 감축, 최저임금 수준 하향 조정 등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타격을 줄 만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아일랜드 최저임금은 시간당 8.65유로(1만3461원)로 EU 회원국 내 2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고위 각료급에게 제공되던 각종 혜택도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U 회원국들은 아일랜드의 재정확보를 위해 법인세율 인상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웬 총리는 이날 “세금정책은 정부 고유의 업무”란 말로 부인했다. 아일랜드는 99년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EU 회원국 중 가장 낮은 1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한 뒤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제2의 그리스 사태 오나=국내 여론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야당은 “현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일인 다음달 7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5일 북부 얼스터주 더니골 지역 보궐선거에서도 여당인 공화당의 패배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립정부가 붕괴위험에 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도 분노를 표출했다. 총리의 기자회견을 본 한 남성은 차를 몰고 정부 건물로 돌진하려다 체포됐다. 그러나 제2의 그리스 사태가 발생할 것이냐를 두고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는 공기업 구조조정에 반발한 대규모 파업 사태를 겪었다. 아일랜드 노동계도 “거짓말로 일관한 정부를 해체하자”며 27일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했다. 반면 일간 아이리시타임스는 “그리스와 같은 대규모 시위, 분노의 표출은 없었다”고 전했다.
좌절에 빠진 아일랜드 국민들이 저항 대신 이민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올해 1∼4월에만 2만7000명이 아일랜드를 떠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