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는 대부분 제외·국산 중고차 큰 부담… 서민 담보로 지방세 세수확충?

입력 2010-11-23 00:16

행정안전부가 지방세수 확보를 위해 자동차와 선박, 어업권, 시설물 등 기타물건에 대한 취득·등록세와 재산세를 1조2000억원 더 걷기로 했다.

행안부는 내년 상반기 중 외부 용역을 통해 기타 물건 3만2340종에 대한 시가 조사 작업을 벌인 뒤 하반기 중으로 과표를 상향 조정해 이르면 2012년부터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행안부는 3∼5년간 점진적으로 현재 평균 26%인 기타물건의 시가표준액 현실화율을 7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가격을 시가의 70%로 올려 그만큼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기타물건에 대한 지방세수가 지난해말 기준 1조8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행안부는 추산했다.

행안부는 시가표준액 현실화 조치가 시행되면 그동안 세금 혜택을 본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보다 많이 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삼성 에버랜드가 보유한 풀장 8개는 시가 150억원이나 과표는 50억원으로 책정돼 재산세가 800만원만 부과됐다. 하지만 과표 현실화율이 70%로 올라가면 세금은 21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인천의 H사가 보유한 260t 규모 선박은 시가표준액이 2억5400만원이지만 시가는 47억3400만원으로, 과표가 시가의 5.3% 수준이었다. 화학공업사 K사가 보유한 전남의 가스관은 시가가 924억1200만원인데 시가표준액은 시가의 7.6%인 69억8600만원이었다.

그러나 시가표준액 현실화에 따른 세수 증가분 중 3분의 1이 중고 자동차라는 점에서 불특정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현재 67%인 차량의 시가표준액 현실화율이 70%로 상향되면 취득세 1278억원과 등록세 2786억원 등 모두 4064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체 세수증가분의 33.9%다.

게다가 숫자가 많지 않은 외제차량은 시가표준액 조사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될 전망이어서 국산 중고차를 구입하는 서민들만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다.

부자들이 주로 소유하는 골프와 콘도 등 각종 회원권은 이미 시가표준액 현실화율이 평균 70%에 도달했다며 시가표준액을 더 이상 올리지 않기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관계자는 “결국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자 감세’가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