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도발’ 전문가 시각… “6자회담 연내 재개 힘들 듯”
입력 2010-11-22 18:36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핵 도발로 인해 6자회담이 연내에 재개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의도에는 체제 안정을 위한 내부용이라는 의견과 함께 대외협상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은 22일 “북한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핵보유국으로서 협상력을 높인 뒤 6자회담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를 미국과 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미국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 후 6자회담을 강조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에 역행했기 때문에 6자회담이 당장 재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의 물밑 접촉이 끝난 뒤 이르면 내년 초쯤에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할아버지(김일성)에게 물려받은 유산인 핵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을 것”이라며 “이번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김정은보다는 김정일이 자기가 건강할 때 북핵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서둘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북한의 위기활용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유 교수는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오지 않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도발 행동을 보인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관심을 끌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북핵문제가 야기될 때마다 내부용, 대외용 아니면 핵보유국 지위용 이렇게 3가지 정도로 북한의 의도를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이번에는 김정은 체제 공고화를 위한 내부용일 가능성이 가장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4명의 전문가 모두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듯 우리 정부가 성급히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실장은 “당장 액션을 취하기보다는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이 함께 모여 공동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북핵 의도가 협상용인지 핵보유용인지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 역시 “우리 정부가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급격히 전환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인도적인 지원 등 지엽적인 접촉은 계속 갖되 기본적인 대북정책인 원칙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북한의 핵 보유 시도를 마땅치 않게 보는 중국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 교수는 “중국이 배신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우리 정부에 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6자회담 의장국으로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 정보공유를 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