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법사찰 재수사 불가론’ 4가지 근거
입력 2010-11-22 18:35
불법사찰 문제를 다루는 청와대의 태도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G20 정상회의 전만 해도 ‘고민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에는 ‘실체 없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내부적으로 이 문제에 관한 입장 정리가 끝난 듯한 기류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재수사·특검·국정조사 불가론’의 근거는 대략 네 가지다. 우선 이른바 ‘대포폰’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사찰 연루설은 증거가 없다는 논리다. 핵심 관계자는 22일 “지금은 자리를 떠난 일부 직원들이 분란을 일으켰으나 이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였다”며 “이를 다시 조사해서 처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 논리에 법을 끼워 맞추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전·현직 일부 참모의 처신에는 문제가 있었으나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곤란하다는 논리다.
둘째는 ‘사찰과 감찰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민간인을 사찰하는 문제와 여당 의원과 고위공직자를 감찰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했다. 야당과 여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여권 인사 사찰 의혹은 감찰이라는 논리다. 여권 실세,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이를 확인하는 것은 청와대와 사정기관의 기본 활동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각종 의혹이 증권가와 국회 주변에서 돌아다니는데 이를 모른 채 넘어가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셋째, 예산안을 놓고 야당과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정치적 거래를 하려고 들면 결국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사찰 문제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줘도 야당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밀릴 경우 야당은 또다시 의혹을 제기할 것이고,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몇 가지 주장 이면에는 “여기서 밀리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조기에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