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해 예산안 심의 복귀… 국회 파행 ‘화살’ 일단 피하기
입력 2010-11-22 21:30
민주당이 22일 새해 예산안 심의에 복귀한 것은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대포폰’ 사용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 여권이 미동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 파행이 지속될 경우 예산을 정쟁의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 여론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예산국회 파행을 무마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판단한 대포폰 장외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는 예산심의 일정에도 합의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 일정 거부를 통한 투쟁은 여론이 악화될 경우 투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원내에서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롯한 국정 난맥상을 부각시키고, 서명운동 등 장외투쟁을 통해 시민단체 등과 힘을 모아 현 정권에 각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 내부에선 손학규 대표의 서울광장 천막농성 기간 대포폰 사건을 현 정부의 공안통치 문제로 집중 부각시키는 여론전을 벌인 후 농성 마감일인 29일 대대적인 장외 집회를 열 계획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당론 결정까지는 내부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오전 8시부터 6시간 넘게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는 “국정조사 등 얻은 게 아무것도 없는데 전면투쟁을 멈출 수 없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최고위원 등 의총 발언자로 나선 의원 25명 중 15명이 원내 복귀에 반대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주국야서’(낮에는 국회, 밤에는 서울광장) 전략을 내세우고, 강도 높은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겠다고 약속하면서 국회 복귀로 결론이 모아졌다.
정기국회가 파행 닷새 만에 사실상 정상화됐으나 민주당이 대포폰 의혹과 4대강 사업을 고리로 전면적인 대여공세에 나섬에 따라 여야 긴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 쟁취와 4대강 대운하 반대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받아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예산투쟁을 통해 보와 불필요한 과대한 준설을 막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의 원내 복귀로 이날 예정됐던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등 4개 국회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법안 심사를 거부한다는 당론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상임위별 법안 소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장희 강주화 기자 jhhan@kmib.co.kr